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Giuseppe Verdi

- Opera  "Rigoletto" -

 

 

         

     

            

리골레토 제작의 배경

제1막

제2막

제3막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작곡가인 베르디의 최대 걸작은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이지만, 베르디의 이름을 세계에 떨치게 한 것은 바로 <리골레토>의 성공에 의해서였다. 이전의 <나부코>와 <에르나니>의 작곡으로 베르디는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지위를 착실히 확보했지만 이때까지의 작품들은 아무래도 베르디가 존경해 마지 않던 19세기 초의 세 거장 롯시니, 도니제티, 벨리니의 영향을 짙게 받은 작품들이었다. 그 후에 작곡된 이 <리골레토>는 그의 명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으며, 계속 발표된 3대 오페라를 작곡할 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 오페라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걸작일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새로운 오페라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한 것이었다. 즉, 이 작품은 바그너와 나란히 칭호될 정도의 오페라 개혁자로서의 베르디를 탄생시켰다.

19세기 서양사의 모든 면에 다 그렇듯 음악사와 오페라사에서도 프랑스 혁명이라는 대전환은 무시하지 못한다. 오페라사에서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18세기의 보편성이 후퇴하고 민족적 성격이 드러난다는 점과 음악과 연극이 좀더 밀접해진다는 점이다. 18세기 말까지 오페라를 주도해왔던 것은 이탈리아 오페라였고 그것은 주로 연극보다 성악에 치우친 것이었다.

정치적으로는 혁명이 프랑스에서 일어났지만, 오페라에서 세력을 잃은 곳은 이탈리아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권을 잃으면서도 민족 오페라적 성격으로 변모하는 데 훌륭한 역할을 한 작곡가들이 위의 세 사람이다.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들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른 독일 오페라들이 환상적인 세계를 다룬 것과는 대조적으로 본래의 특성인 리얼리즘을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이탈리아의 전통적 발성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리골레토>는 세 선배 거장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전까지의 작품들이 베르디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경계 안에서 그의 명성을 얻도록 해준 것이라면 <리골레토>는 유럽으로 그의 명성을 떨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리골레토>가 발표된 1851년은 베르디에게 있어서는 과거와 완전히 결별을 고한 해이고 이탈리아의 전통이 세계적으로 다시 새롭게 부각된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오페라 <리골레토>에 영감을 준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였다. 위고는 역사의 격동기를 살아가며 부패한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의 보성을 파헤치는 걸작들을 남겼다. 위고의 또 다른 작품 <환락에 빠진 왕> 역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폭력을 일삼는 프랑스 국왕 프랑소와 1세와 썩어빠진 귀족사회를 비판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환락에 빠진 왕>은 1832년에 파리에서 연극무대에 오르자마자 상연을 금지 당했던 수난을 겪은 바 있었다. 정신없이 환락을 추구하는 방탕한 프랑스 군주인 프랑수아 1세를 비롯해서 곱사등이 익살광대와 살인청부업자 및 매춘부가 등장해서 저주와 유괴와 암살 등의 살벌한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 연극 속의 왕실은 문자 그대로 방탕과 타락의 온상으로 묘사되었다.

연극이 공서양속을 해치는 부도덕성에 차 있다는 것이 프랑스 당국이 공연을 금지한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사실 그것은 단지 구실에 불과했다. 진짜 이유는 정치적인 것으로, 프랑스 군주를 너무 노골적으로 좋지 않게 묘사한 것이 그들의 비위를 거스렸기 때문이다. 위고는 당국의 조치에 대항해서 자유로운 언론의 권리를 옹호하는 소송을 제기해서 사회에 상당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베르디는 1849년 무렵에 이 작품을 알게 되었는데, 그 희곡의 격렬한 주제는 그의 어두운 본성에 즉각적인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1844년에 이미 같은 작가의 작품인 <에르나니>를 피아베의 대본으로 작곡해서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 베르디는 이번에도 피아베에게 리브레토를 부탁했다. 후에 그는 <리골레토>의 대본은 그에게 제공된 오페라의 대본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에 속했다는 말을 곧잘 했지만, 실로 베르디는 <리골레토>를 빨리 작곡하고 싶은 욕망에 피아베를 열화같이 몰아내며 대본의 완성을 독촉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베르디의 <리골레토>도 원작인 <환락에 빠진 왕>과 마찬가지로 검열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베르디 시대의 극장 검열은 일정한 규칙이 없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아직 이탈리아가 통일되지 못하고 여러 개의 왕국, 공국, 지방 등으로 나누어져서 통치되고 있는 말하자면, 정치적인 복잡성의 문제가 큰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검열관들에게 거슬리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와 종교적인 문제, 그리고 도덕적인 문제였는데 이러한 것들은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중요하게 문제시 되는 것들이었다. 대체로 말하면 롬바르디와 베네치아 같은 북부지방은 오스트리아 황제가 다스리는 곳으로 이탈리아 반도 전체에서도 가장 자유스러운 곳이었는데 베르디는 거의 모든 작업을 여기서 했다. 그러나 이렇게 똑같은 오스트리아 영토 안에서도 어떤 문제들이 단순히 도덕적인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때에 따라서는 공공연히 금지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당시 프랑스의 낭만적인 극장의 연극도 검열관의 눈에 의심쩍게 보이면 막을 내려야 하는 현실이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베르디는 이 오페라의 제목을 원래 <저주>라고 붙일 작정이었다. 이 제목에 대해 당시 베네치아를 점령하고 있던 오스트리아의 검열 당국은 치사한 트집을 잡았다. 오스트리아 군정의 검열관들이 베르디와 충돌한 부분은 바로 이 작품의 핵심이었는데, 검열관의 눈에는 절대 권력자가 방탕한 인간으로 표현된다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협을 주는 것으로 여겼다. 더구나 검열 당국은 뚜장이 노릇을 하는 꼽추가 무대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결단코 허락할 수 없는 일로 못박았다. 추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전까지의 관습을 깨는 것으로 어딘가 '혁명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검열관의 통제를 받고 분노한 베르디가 베네치아와의 계약을 끊으려는 단계에 이르자 이것이 대외적으로 나쁜 인상을 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 검열 당국은 사건 배경과 제목,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꾸도록 하는 선으로 대폭 후퇴했다. 그리하여 베르디는 배경을 16세기의 파리에서 같은 시대 이탈리아의 만토바로 바꾸고 오페라의 제목을 <저주>에서 <리골레토로>바꾸는 것과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이탈리아 사람으로 바꾸는 것으로 양보해주기로 했다. 그런 것은 바꾸어도 오페라를 통해 보여주려는 효과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1851년 3월 11일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막을 올린 <리골레토>는 초연에 성공을 했지만 그 후로 이어지는 피렌체, 로마, 나폴리, 팔레르모에서의 상식 이하의 검열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1년 뒤 빈에서의 <리골레토>공연은 성공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온 이탈리아와 전 유럽의 도시로 급속히 퍼져 나갔으며 종내에 전세계를 정복하게 되었다. 대중의 선풍적인 인기는 작곡가의 이름을 전광같은 힘으로 영광의 정점까지 치켜올려 놓았다. 작곡가 역시 자신의 <리골레토>가 장수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대본의 기초가 된 희곡을 쓴 빅토르 위고의 강한 반발로 6년 동안이나 그 초연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빅토르 위고가 고집을 꺽고 오페라를 봤을 때 그는 "내가 연극에서도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네 사람이 동시에 감정을 표현하도록 할 수 있었다면 똑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하며 4중창에 대해 느낀 매력을 피력했다.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창작시기에서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지만 당시의 이탈리아 오페라의 주류에서 볼 땐 상당히 혁신적인 것이었다. 이탈리아의 전통적 오페라에 공통된, 비길 바 없이 풍부한 성악적인 선율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화성과 관현악법을 사용해서 기분과 분위기의 전달에서 절묘한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콘서트 오페라'스타일 보다는 '음악극'적인 측면이 벨리니나 도니제티 류의 구식 이탈이아 오페라에서 보다 훨씬 잘 나타난다.

'서곡'부분에서도 도식적인 종래 스타일 대신 오페라의 주제인 '저주'의 테마가 관현악적 표현으로 제시되는데, 이것은 오페라 전편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오페라는 관객들에게 강한 도덕적 열정을 휘저어 놓는 힘이 있다. 그리고 바로 이같은 특질이 아마도 오늘날까지 이 오페라를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레퍼토리로 장착시키는 데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대강의 줄거리

   

1막

만토바 공작은 바람둥이로 많은 여인들을 상대로 호색적인 생활을 즐기고 있다. 궁정의 호화스러운 넓은 홀에서는 무도회가 열리고, 귀부인들이 춤을 추고 있다. 만토바 공작은 여인들을 고르기 힘들다는 노래를 하고 노래를 끝낸 공작은 체프라노 백작 부인을 꾀어 춤을 추러 나간다.

체프라노 백작이 나타나 공작과 싸움을 거는데, 리골레토와 여러 가신들이 체프라노 백작을 진정시킨다. 거기에 공작에게 자기 딸을 농락당한 몬테로네 백작이 뛰어들어 공작에게 대들고, 리골레토는 이를 가로막고 빈정댄다.

백작은 리골레토에게 너도 아버지의 노여움을 알 날이 있을 것이라고 저주한다. 이 광경을 본 신하들도 분개하여 몬테로네를 도와, 리골레토가 숨기고 있는 딸 질다를 공작에게 훔쳐 오자고 한다.

그러나 공작은 벌써 학생으로 변장하여 질다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리골레토는 질다를 숨겨 둔 집으로 가서, 유모 지오반나에게 단단히 부탁한다. 거기에 학생으로 변장한 공작이 몰래 보고 있다가, 이름을 속이고 질다와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을 맹세한다.

이때 복면을 한 공작의 가시들이 담을 넘어 들어와, 질다를 강제로 끌로 사라진다. 뒤늦게 이를 안 리골레토는 머리를 쥐어 뜯다가 기절하여 쓰러진다.

2막

공작이 방안에 우울하게 앉아 있는데 질다가 가신들에 의해 끌려 온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리골레토는 놀라며 격분한다. 어젯밤부터의 사정을 짐작한 리골레토는 공작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하고 질다는 아버지를 위로한다.

    

3막

여인숙에서 리골레토는 자객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살해해 달라고 부탁을 하다. 스파라푸칠레의 누이 동생인 막달레나의 유혹에 공작은 여인숙까지 나와 술 대접까지 받는다. 막달레나는 오빠에게 공작을 살려 달라고 하면서, 그 대신 다른 사람을 찾아 오겠다고 한다. 이를 엿듣고 있던 질다는 공작 대신 자기가 죽을 것을 결심한다.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약솏한 돈을 주고, 자루에 든 공작의 시체를 메고 강에 던지려고 하는데, 만토바 공작의 노래 소리가 들려 온다. 자루 안을 풀어보니, 거기에는 질다가 칼에 질려 숨을 거두려 하고 있다. 리골레토는 자기의 복수가 딸에게 미친 것을 알고 질다 위에 쓰러져 죽는다.

 

   

 

대본

 프란체스코 피아베

 16세기 경

 이탈리아의 만토바와 그 근교

초연

 1851년 3월 11일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

연주시간

  제1막 1장 15분, 제1막 2장 35분, 제2막 25분, 제3막 32분,   총 약 1시간 50분

등장인물

연주자

 

 

 

 

 

 

 

 

 

 

 

 만토바 공작(테너) - 루치아노 파바로티

 리골레토(만토바 공작 부하, 어릿광대 곱추, 바리톤) - 잉바 빅셀

 질다(리골레토의 딸, 소프라노) - 에디타 그루베로바

 죠반나(질다의 유모, 메조소프라노) - 페도라 바르비에리

 스파라푸칠레(자객, 베이스) - 페루치오 푸를라네토

 막달레나(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알토) - 빅토리아 베르가라

 몬테로네 백작(바리톤) - 잉바 빅셀

 체프라노 백작(베이스) - 롤란트 브라흐트

 체프라노 백작 부인(소프라노) - 캐슬린 쿨만

 보르사(만토바 공작의 신하,테너) - 레미 코라차

 마를로(만토바 공작의 신하, 바리톤) - 베른트 바이클

 귀족, 신하, 마을 사람들

Riccardo Chailly(cond), Konzertvereinigung Wiener Staatsopernchor,
                                         Wiener Philharmoniker - 1981

 

   

       

   

전주곡      

짦은 전주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막이 오른다. 이 전주곡은 다단조의 안단테 소스테누토로 비극을 암시하는 가락이다.

막이 오르면 만토바 공작의 성안에 있는 화려한 살롱에서 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공작과 그의 신하 보르사가 내실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작은 대단한 호색가로서 3개월 전 교회에서 만난 아름다운 아가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매주일 교회에 나오며 그녀가 살고있는 집도 알아냈는데 밤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찾아오는 남자가 있다고 말한다. 그 때 귀부인과 기사들이 그의 곁을 지나간다. 그는 보르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체프라노 백작 부인에게 다가간다.

공작 : 누군지 모를 순진한 그 소녀, 그녀와 사랑을 이루고 싶소.

보르사 : 교회에서 만난 그 소녀 말이오?

공작 : 석 달 동안 축일마다.

보르사 : 그녀는 어디에 살고 있소?

공작 :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이상한 남자가 매일 밤 드나들고 있소.

보르사 : 그 소녀는 당신이 그녀를 사랑함을 알고 있소?

공작 : 아직 몰라.

        (몇몇 여인들과 그녀들의 기사들이 방을 가로질러 나타난다)

보르사 : 좀 보시오! 아름답지 않소?

공작 : 체프라노 부인이 가장 아름답소.

보르사 : 백작이 듣지 않도록.

공작 : 무슨 상관이야?

보르사 : 그가 소문을 내면.

공작 : 그러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네.

         

       

       

공작은 체프라노 백작 부인에게 호색적인 눈길을 보내면서 <이것도 저것도>라는 노래를 부르고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노래를 그친 공작은 체프라노 백작 부인을 유혹하지만, 부인은 "나는 남편을 따라야만 해요. 제발 조용히 해 주세요."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마침내 공작은 부인의 손을 잡고 춤을 추러 간다.

공작 : 이 여자나 저 여자나 내겐 똑같소. 모두 같이 아름답소. 나의 사랑 차별하지 않소.

       이 여자나 저 여자나  여자의 의미는 신이 준 것, 신의 입김이 생명을 넣어 주오.

       이 여자가 오늘은 더 좋고, 아마 내일은 다른 여자가 더 좋을 거요.

       부부간에 충실하다는 것같이 어리석은 일들은 또 없소.

       원하는 자 저 혼자 충실하라. 자유가 없인 사랑 없소.

       남자들의 불 같이 타는 질투, 애인 사이의 열정도 우습소.

       고운 여자가 있으면. 무서운 눈을 백 개나 가진 아르고도 두렵지 않소.

(멀리서 체프라노 백작 입장. 다른 남자의 팔에 안겨 있는 자신의 부인을 본다.

 더 많은 남녀 입장)

공작 : (체프라노 백작 부인에게 정중하게) 우리를 놔두고 어디로 가시오? 매정한 여인이여!

백작 부인 : 남편(체프라노)을 따라서 가야만 해요.

공작 : 그러나 이 궁전에 그대는 태양같이 빛나야 하오. 남자의 마음이 모두 사로잡히오.

       이미 내 맘속에는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소.

백작 부인 : 진정하세요.

공작 : 이미 내 맘속에는 사랑의 불길이...

백작 부인 : 진정하세요.

   

      

        

체프라노 백작은 그 광경을 보고 질투심에 불탄다. 그때 공작의 어릿광대인 리골레토가 모자와 종을 가지고 나타나 익살을 떨면서 그를 희롱하자 백작은 화를 내며 나간다. 리골레토는 보르사에게 공작의 바람기가 지나치다고 말하고는 공작을 쫓아 안으로 들어간다.

리골레토 : 무슨 생각을 심각하게 하고 있소? 체프라노 백작 어른.

           (백작은 참지 못하고 공작과 그의 부인의 뒤를 따른다. 리골레또 신하들에게 말한다.)

           끝났네, 보시오.

보르사와 합창 : 오늘도.

리골테로 : 물론.

보르사와 합창 : 공작은 또 바람을 피네.

리골레토 : 항상 그 모양이오. 이상할 것 없죠. 노름과 술과 연회, 무도회, 싸움질, 큰 잔치

            다 잘한다오. 이제 백작 부인을 농락하려니 그 남편은 떨면서 가버리네.

   

            

                

이어 신하의 한 사람인 마룰로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일대 뉴스가 있다고 떠든다. 모여 있던 신하들이 "무슨 뉴스?"라고 묻자,그는 불구인 리골레토에게 아름다운 애인이 있다면서 웃는다. 그 순간 공작이 리골레토와 다시 등장해 체프라노 백작 부인을 손에 넣고 싶으니 백작을 쫓아달라고 한다. 그때 체프라노 백작이 나타나 공작에게 싸움을 걸자, 리골레토가 나서서 일소에 부치고 만다.

마룰로 : 내 말 좀 들어봐.

합창 : 무엇이오? 말하오.

마룰로 : 놀라지들 마오.

합창, 보르사 : 어서 좀 말하오.

마룰로 : 아하... 리골레토.

합창, 보르사 : 무엇이?

마룰로 : 참 이상한 일이오, 그 미친 녀석이---.

합창, 보르사 : 곱추가 그 등을 고치기나 했나? 그 괴물이 정상이 되기라도 했나?

마룰로 : 더 굉장한 일이라오. 그 바보가...

합창, 보르사 : 그래서?

마룰로 : 연애를 해!

합창, 보르사 : 연애를! 정말로?

마룰로 : 틀림없이 애인을 갖고 있다네.

합창, 보르사 : 그놈이 애인을... 이상한 일이야.

         (공작과 리골레토가 나오고 체프라노 백작이 뒤에 나온다.)

공작 : (리골레토에게) 체프라노 그 친구, 정말 바보 같은데 귀여운 그의 아내는 천사 같다네.

리골레토 : 꼬셔 봐요.

공작 : 말이 쉽지. 방법이 있나?

리골레토 : 오늘 밤.

공작 : 백작은 어떻게 하고?

리골레토 : 감옥에 가두시오.

공작 : 안 돼.

리골레토 : 그럼 귀양을.

공작 : 그건 더 안 되지. 바보 같긴.

리골레토  :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면서) 그러면 이렇게 목을.

체프라노 : (독백) 저런 고약한 놈.

공작 : (백작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이 머리 말인가?

리골레토 : 말할 것도 없죠. 저 따위 머리가 무슨 쓸데 있소?

체프라노 : (분노하여 검을 잡는다) 나쁜 놈!

공작 : (체프라노에게) 그만하면 됐어.

리골레토 : 이거 웃기네.

마룰로, 합창 : (자기들끼리) 백작이 화났네.

공작 : (리골레토에게) 이놈, 이리 와.

마룰로, 합창 : 백작이 화났네.

공작 : 아, 농담이 과하면 못쓰는 거야. 백작의 그 칼이 널 찌를지도 몰라.

체프라노 : (신하들에게) 원수를 갚겠다.

리골레토 : 걱정할 것 없죠. 무서울 것 없죠. 공작의 부하에 누가 손을 대.

체프라노 : 그 야만스런 행동 모든 이한테서 미움받네. 복수를!

보르사, 마룰로, 합창 : 어떻게.

체프라노 : 용기가 있으면 내일 나의 집에서 결투를 하자.

모두들 : 그래.

보르사와 합창 : 해진 후에.

보르사, 마룰로, 합창 : 그래.

리골레토 : 누가 나에게 손을 대....

공작 : 아, 농담이 과하면 못쓰는 거야....

보르사, 체프라노, 마룰로, 합창 : 그 놈에게 복수를. 그 야만스런 행동 모든 이한테서

         미움받네. 복수를! 복수를!

공작, 리골레또 : 삶의 기쁨! 파티의 즐거움!

          (춤추던 사람들 무대에 모인다)

모두 : 삶의 기쁨, 우리를 향락으로 초대하네. 아무 말 말고 보기만 하라.

       삶의 이 기쁨의 전당을..

   

     

         

때마침 공작에게 딸을 농락당한 몬테로네 백작이 나타나 공작에게 덤벼든다. 리골레토가 그를 조소하자 몬테로네 백작은 딸을 농락당한 아버지의 분노를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저주한다. 이 말에 리골레토는 깜짝 놀라고 , 어떤 불안감을 느낀다.

공작의 경호원 두 사람이 몬테로네 백작을 끌고 나가면서 1장이 끝난다.

몬테로네  백작 : 말할 것이 있소.

공작 : 안 돼.

몬테로네 : (들어오면서) 들으시오.

보르사, 리골레또, 마룰로, 체프라노, 합창 : 몬테로네!

몬테로네 : (당당하게 공작을 응시한다) 그래, 몬테로네다, 나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네가 가는 곳마다 울리리라.

리골레토 : (공작에게 몬테로네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말할 것 있소.

        (엄숙하고 우스꽝스럽게 앞으로 나온다) 우리에게 반역행위를 한 당신을 우리는 너그러이

         용서하지 않았소. 그 은혜도 모르는 당신 딸의 그 잘난 딸의 명예만 생각하오?

몬테로네 : (경멸과 분노로 리골레토를 보면서) 이 무슨 모욕! 아, 이 난잡한 것.

        (공작에게) 다시는 못하게 하겠소. 나의 가문이 당한 모욕을 씻을 때까지.

        나를 사형에 처하면 무서운 유령이 나타나 나의 해골을 손에 들고서 원수를 갚으리, 맹세코.

공작 : 그만, 이놈 잡아라.

리골레토 : 미친 놈.

합창 : 닥쳐라.

몬테로네 : (공작과 리골레토에게) 너희들은 저주를 받아라.

보르사, 마룰로, 체프라노, 합창 : 아!

몬테로네 : 주린 사자에게 개를 던져주네, 비겁한 공작.

       (리골레토에게) 독사같은 놈, 애비의 고통을 비웃는 네놈, 저주를 받아라.

리골레토 : (놀라서 속으로) 아! 무서운 그 말!

모두들 : (리골레토만 빼고) 당돌하게도 잔치를 훼방한 넌 악마에게 끌려서 여기 왔도다.

        용서는 절대로 없다. 나가거라.

리골레토 : 아 두려움! 무서운 말!

몬테로네 : 나의 저주가 네 놈에게 떨어졌다.

모두들 : (리골레토만 빼고) 네 운명을 네가 결정했도다. 희망도 없다.

         이것은 너의 치명적 실수이리.

(몬테로네는 창든 두 병사와 퇴장, 다른 사람들은 공작을 따라 별실로 간다)

   

   

     

      

리골레토가 아름다운 딸을 숨겨두고 있는 교외의 작은 집. 어둠이 짙어지려고 하는 밤이다. 망토로 몸을 가리고 집으로 가는 리골레토의 뒤를 살인청부업자 스파라푸칠레가 따라온다. 리골레토가 "나를 저주하는 녀석이 있다."고 중얼거리고 있을 때에 별안간 스파라푸칠레가 부른다. 그는 자신을 적수를 없애는 자객이라고 소개한다. 리골레토가 무슨말을 하려는 것이냐고 묻자, 당신의 딸이 이곳에 있지 않느냐, 그녀를 위해서라면 귀족이건 누구건 쉽게 죽여 버릴 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거취 장소를 알려주고 떠난다.

리골레토 : (혼잣말로) 그가 나를 저주했네.

스파라푸칠레 : 나으리?

리골레토 : 가시오. 난 돈이 없소.

스파라푸칠레 : 아니오, 이래 뵈도 옛날엔 무사였소.

리골레토 : 도적이?

스파라푸칠레 : 원수를 갚아주는 사람이 여기 있소. 다른 용무는 없소.

리골레토 : 뭐라고?

스파라푸칠레 : 당신 애인이 여기 있죠?

리골레토 : (혼잣말로) 이건 또 뭐야!

            (스파라푸칠레에게) 귀족 한 사람 죽이는 데 얼마요?

스파라푸칠레 : 그건 더 비싼데.

리골레토 : 어떻게 지불하오?

스파라푸칠레 : 반액을 먼저 내고 나머진 다음에.

리골레토: (혼잣말로) 악마 같은 놈! 자네 그 일이 절대로 자신 있는가?

스파라푸칠레 : 시내 한가운데서 죽이거나 내 집에서 죽이죠.

                밤중에 기다려서 한번만 찌르면 그만.

리골레토 :(혼잣말로) 악마 같은 놈!

          (스파라푸칠레에게) 네 집에서는 어떻게 죽이나?

스파라푸칠레 : 그건 쉽죠. 누이동생이 도와 주오. 거리에서 예쁜 춤 추며

                죽여야 할 놈을 집으로 유인하여 그 때...

골레토  : 알겠소.

스파라푸칠레 : 소리 없이 감쪽같지요.

리골레토 : 알겠소.

스파라푸칠레 : 이것은 나의 연장. (검을 보여주면서) 어떻소?

리골레토 : 아니, 지금은 아니오.

스파라푸칠레 : 미루면 후회할 지도.

리골레토 : 이름은?

스파라푸칠레 : 내 이름은 스파라푸칠레.

리골레토 : 고향은?

스파라푸칠레 : (떠나면서) 보르고뇨네.

리골레토 : 만일 필요하다면, 당신을 어떻게 만나지?

스파라푸칠레 : 매일 밤 여기.

리골레토 : 알겠소.

스파라푸칠레 : 스파라푸칠레, 스파라푸칠레....

         (스파라푸칠레 퇴장)

리골레토 : (스파라푸칠레가 가는 모습을 보며) 가 버려...

          

        

         

그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리골레토는 <그는 칼로 사람을 찌르는 자객, 나는 혀끝으로 사람을 찌르는 사람. 나는 웃음을 만들고 그는 죽음을 만든다. 모두가 저주 받는 일. 세상은 악인을 어찌하여 만들었는고. 나의 주인은 젊고 쾌활하며 권력이 있고 미남이다. 누을 뜨면서부터 나에게 웃겨보라고 명령한다. 아아! 괴롭도다. 남을 조소하고, 기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람의 저주가 나를 괴롭히는구나. >라는 장엄한 독백을 시작으로 하는 노래를 부르고는 문을 열고 정원으로 들어선다.

리골레토 : 우린 한 종류의 인간이구만. 나는 혀로, 저놈은 칼로!

            나는 웃어버리고 그는 죽여버리네!

            그는 나를 저주했네. 사람들도! 이 자연도!

            나를 추하고 약하게 만들었네.

            원통하다, 병신인 것이, 못생긴 것이

            웃어라, 그것밖에 할 줄 모르니.

            눈물조차 내겐 없네, 눈물조차

            내 주인으로 말하면 젊고 미남이고, 권력이 있네.

            가끔 내게 말한다네.

            “바보 같은 녀석아, 나를 좀 웃게 하라.”

            난 이에 복종하네. 저주를 받아라!  

            잘난 체만 하는 귀족 그 작자들, 그들의 실패가 난 기뻐.

            나를 나쁘다고? 바보같은 소리 마라.

            딴 사람 될 수 있는 나요.

            그 늙은이가 나를 저주했네.

            왜 그 생각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나?

            불행이 내게 올까? 아니, 걱정없어.

            이건 바보 같은 생각이야.

         

          

          

질다가 집에서 뛰어나와 아버지 품에 안긴다. 둘은 <여인이여, 사랑스런 이 꽃을 보라>는 부녀간의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리골레토가 열쇠로 문을 열고 뜰로 들어간다. 질다가 집에서 나와 아버지에게 안긴다.)

리골레토 : 내 딸아!

질다 : 아버지.

골레토 :너한테서만 슬픈 내 맘이 조금 위로돼.

질다 : 오! 사랑스런 나의 아버지!

리골레토 : 넌 나의 생명! 세상의 무엇보다도 귀여운 내 딸. 아, 내 딸아!

질다 : 왜 한숨을 쉬죠? 무슨 걱정을? 당신의 불쌍한 딸에게 말해 보셔요.

       비밀이 있다면 저에게도 말씀해 주세요. 저에게 가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리골레토 : 너는 가족이 없단다.

질다 : 아버지 이름은?

리골레토 : 알아서 뭐해?

질다 : 말씀해 주기 싫으시다면.

리골레토 : (말을 가로막고) 나다니지 마.

질다 : 교회에만 가요.

리골레토 : 앞으로도.

질다 : 아버지에 대해 말씀하시기 싫으시다면 어머니에 대해서라도 일러줘요.

리골레토 : 불쌍한 너의 어머니 말하기도 마음 아파.

            천사와 같은 네 어머니 나를 사랑했었지.

            홀로, 가난하고 병신인 나를 사랑하다 죽었단다.

            죽어서 그 귀여운 얼굴이 흙 속에 묻혔단다.

            이제 너 혼자만이 내게 남았다.

            오 신이여, 감사하나이다.

질다 : (흐느끼면서) 오 애통하도다. 이런 슬픔이 다시 있을까?

       아버지, 이제 그만 하세요. 그러시는 모습 차마 더 볼 수 없어요.

리골레토 : 이제 너 혼자만이 내게 남았다.

질다 : 아버지, 이름을 가르쳐 줘요. 그리고 아버지의 고통도.

리골레토 : 내 이름은 무엇 하러. 쓸데 없지. 네 애비인 줄만 알아라.

            나를 미워하는 자도, 무서워하는 자도, 저주하는 자도 있다.

질다 : 조국과 친척과 친구들이 아버지에겐 없어요?

리골레토 : 조국? 친척? 친구? 나의 조국, 가족, 신앙 모두가 너에게 있단다.

질다 : 아버질 기쁘게 하는 것은 나의 가장 큰 기쁨이오.

리골레토 : 나의 조국, 가족, 신앙 모두가 너에게....

질다 : 여기 온지 석 달이 되었는데도 아직 바깥 구경을 못했어요. 아버지가 허락하시면.

리골레토 : 안 돼, 안 돼. 집 밖에 나간 적이 있나?

질다 : 아니오.

리골레토 : 심해라.

질다 : (혼잣말로) 왜 그러실까?

리골레토 : 조심하여라. (혼잣말로) 그들이 딸을 쫓아가서 유괴까지 해서 농락한다면,

           그리고 조롱하고, 아 무서운 일!

           (큰 소리로) 이 봐! (죠반나가 집에서 나온다.)

죠반나 : 네?

리골레토 : 내가 집에 오는 걸 누가 보았나? 사실대로 말해.

죠반나 : 아니오, 아무도.

리골레토 : 됐어, 저 길로 향하는 문은 잘 닫혀 있나?

죠반나 : 항상 닫혀 있죠.

리골레토 :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10 

리골레토는 질다에게 거리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하녀에게는 문단속을 철저히 할 것을 지시한다.

리골레토 : 아, 조심해서 돌보아요. 순결한 꽃과 같은 딸,

            세상의 더러운 것 묻지 않게 해 주시오.

            다른 꽃은 꺾어져도 내 딸만은 지키고

            이 세상의 더러운 것, 묻지 않게 해 주시오.

질다 : 고마워요. 아버지의 깊은 사랑

       하늘의 천사들이 나를 보호해 줘요.

       어머니의 거룩한 기도가 모든 위험을 막아 줘요.

       아버지의 귀여운 꽃 절대 꺾어지지 않으리라.

(공작이 평민 차림으로 길가에 나타난다.)

리골레토 : 순결한 꽃과 같은 딸, 세상의 더러운 것 묻지 않게 해 주시오.....

            누가 밖에 있나?

(리골레토가 밖을 살피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자 그 틈에 공작이 재빨리 들어와 나무 뒤에 숨는다. 죠반나에게 돈지갑을 주면서 조용히 하라고 이른다)

질다 : 어머나! 항상 의심이 많으셔!

리골레토 : (돌아와서, 죠반나에게) 교회에서 널 따라온 자는 없었나?

질다 : 아뇨.

공작 : (혼잣말로) 리골레토!

리골레토 : 누가 오더라도 문을 열지 말아라.

죠반나 : 공작이 와도?

리골레토 : 그건 더욱 안 돼. 내 딸아 잘 자거라.

공작 : (혼잣말로) 딸이라고?

질다 : 아버지, 안녕히.

리골레토 : 순결한 꽃과 같은 딸.... 내 딸아, 안녕...

질다 :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 안녕히.

(둘이서 끌어안았다가 리골레토는 나가고 문이 닫힌다. 질다, 죠반나, 공작은 뜰 안에 있다.)

            

           

              

11 

그가 밖을 살피러 나간 동안 학생으로 변장한 공작이 숨어 들어온다.

질다 : 죠반나, 마음이 괴로워.

죠반나 : 무슨 일이죠?

질다 : 교회에 따라온 청년 이야기를 아버지께 감췄어요.

죠반나 : 그럴 필요 없어요. 그 젊은이를 당신은 싫어해요?

질다 : 아니, 그 잘 생긴 청년이 내 맘 속에 사랑의 불길을.

죠반나 : 그 사람은 멋있고 너그러운 것 같군요.

질다 : 그가 지체 높은 분이 아니면 좋겠어요. 그가 가난하면 더 사랑할 수 있을텐데.

       밤이나 낮이나 그분 생각, 내 마음 언제나 그에게 있어요.

공작 : (갑자기 나타나 죠반나에게 가라고 신호하고 질다 앞에 무릎을 꿇고, 준비해 온 사랑의 글을

        읽는다) 사랑하오! 사랑하오! 다시 한 번 더 그 말 해 주오.

       꿈같이 행복한 그 말 또 한번 해 보오.

질다 : 죠반나? 웬일이야, 아무도 없네. 대답을 않네, 정말 아무도 없어요?

공작  : 여기요, 마음으로 대답하며 서로 사랑하는 사람 뿐이오.

질다 : 누가 우리 집을 알려줬죠?

공작 : 천사건 마귀건 상관이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질다 : 나가요.

공작 : 지금? 나가라고? 사랑의 불길을 어떻게 하오?

        

       

            

12 

공작은 질다 앞에 나타나 <사랑은 마음의 태양, 삶이랑 곧 사랑이니라>라는 노래로 사랑을 고백한다.

공작 : 천사같은 그대, 사랑의 신이 우리들의 영혼을 묶어 놓았소.

       사랑은 영혼의 햇살, 삶 그 자체, 그 소리는 심장의 고동,

       영광과 명예와 권력과 재산도 그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오.

       다만 사랑만이 신성한 것, 우리, 고귀한 사랑을 합시다.

       당신을 사랑하면 모두 나를 질투하리라.

질다 : (혼잣말로) 아! 꿈 속에 듣던 목소리, 사랑의 목소리이구나.

      

      

       

13 

그녀도 교회에서 그를 만난 후부터 가슴 조이던 사람임을 확인하고는 그의 이름을 묻는다. 그는 자기의 이름은 괄티에르 말데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 때 보르사와 체프라노 백작이 지나가므로 공작은 허둥지둥 피한다.

공작 : 나의 사랑을 받아 주오.

       당신은 나를 질투의 노예로 만들 생각인가요?

       다시 말해 주오, 나를 사랑한다고.

질다 : 들었군요.

공작 : 오! 이 행복.

질다 : 당신 이름을 말해 줘요. 내가 알면 안 되나요?

(체프라노와 보르사가 길가에 나타난다.)

체프라노 : (보르자에게) 바로 여길세.

공작 : (생각에 잠겨) 내 이름이라.

보르사 : (체프라노에게) 됐어.

(둘 다 퇴장)

공작 : 괄티에르 말데, 학생인데 가난하고.

죠반나 : (놀라서 다시 나타난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요.

질다 : 아버지인가?

공작 : (혼잣말로) 아, 도대체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자가 누구인가?

질다 : 정원으로 통하는 문 밖으로 나가게 해요, 빨리.

공작 : 날 사랑하오?

질다 : 당신은?

공작 : 내 생명을 다 바쳐.

질다 : 됐어요, 됐어, 어서 가요.

질다, 공작 : 잘 가요. 당신만이 나의 희망, 안녕히. 내 사랑 영원히 변치 않으리.

(죠반나와 함께 공작이 나가고 질다는 그가 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14 

혼자가 된 질다는 그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을 부르고는 집으로 들어간다. 복수심에 불타는 체프라노 백작과 변장한 양재사들이 무리를 지어 등장한다. 그들은 질다가 리골레토의 애인인 줄로만 여겨 유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질다 : (홀로) 괄티에르 말데...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여. 내 마음 깊이 새겨지도다.

       사랑스런 그 이름 내 마음 떨게 하네.

       정다운 그대 이름 잊을 수가 없어라.

       나의 모든 생각이 그대에게 달려가도다.

       내가 살아있을 동안 언제나 사랑스러운 이름.

       (등불을 들고 테라스로 간다) 괄티에르 말데!

   (그러는 동안에 마룰로, 체프라노, 보르사, 신하들 무장하고 가면을 쓰고 있고, 질다는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참이다.)

보르사 : 저기 있다.

체프라노 : 저기 그녀를 좀 봐.

합창 : 정말 아름다워!

마룰로 : 천사와 같네.

합창 : 바로 저 여자가 곱추의 애인이라니? 오 얼마나 아름다운가!

   

     

 

15 

자기 집앞에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본 리골레토는 그들이 체프라노 백작의 부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가담한다. 그들은 리골레토의 눈을 가리고 사다리를 잡고 물구나무 서기를 해보라고 한다.

     (리골레토 혼이 빠진 듯이 들어온다.)

리골레토 : (혼잣말로) 내가 왜 돌아오지?

보르사 : 조용히, 이제 날 따라와!

리골레토 : (혼잣말로) 아, 내가 저주를 받았지! (보르사와 마주친다) 누구요?

보르사 : (자기 패거리에게) 조용히! 리골레토다.

체프라노 : 그것 잘 됐다. 죽여버리지.

보르사 : 안돼. 그것보다 내일 실컷 웃어야지.

마룰로 : 준비는 다 됐다.

리골레토 : 거기 누구요?

마룰로 : 에이, 리골레토, 저.

리골레토 : 누군데?

마룰로 : 잊어버렸나? 나야.

리골레토 : 누구?

마룰로 : 마룰로.

리골레토 :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아.

마룰로 : 재미있는 일이 있네. 우리는 체프라노 백작 부인을 훔치러 가는 중일세.

리골레토 : (혼잣말로) 나 참 놀랐네. (마룰로에게) 어떻게 들어가지?

마룰로 : (체프라노에게) 자네가 열쇠를 가지고 있쟎아!

         (리골레토에게) 염려 말게나, 틀림없이 성공할 테니.

         (체프라노에게 열쇠를 받아서 리골레토에게 준다) 여기 열쇠.

리골레토 : (열쇠를 만져보고는) 틀림없군.

         (독백으로) 괜히 염려했었네.

         (마룰로에게) 그 집은 바로 저기야, 나도 같이 가지.

마룰로 : 우리는 모두 복면을 했는데.

리골레토 : 그럼 나도 써야지. 나도 하나 주게나.

마룰로 : 자, 여기 있네. (리골레토에게 복면을 씌우고, 손수건으로 눈을 가린 뒤 테라스에 세워둔

          사다리를 붙잡고 있게 한다) 사다리를 꼭 붙잡아.

리골레토 : 아주 캄캄하네.

마룰로 : 눈과 귀를 가렸지.

   

   

 

16 

그 사이 그들은 사다리를 타고 넘어가 질다를 유괴한다. 정신을 차린 리골레토는 발 앞에 떨어진 질다의 손수건을 보고는 자신이 비참하게 당한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 이 재앙>하고 공포에 싸여 외친다.

합창 : 쉿, 쉿, 이제 덧은 놓아졌고 원수 갚으러 갑시다. 감쪽같이 습격을 하세.

       버릇없는 그놈을, 그놈을 버릇 톡톡히 가르치세.

       살짝 훔겨가세, 그 애인을 내일 실컷 웃어주세.

     (몇 사람은 테라스로 올라가 1층 문을 부수고 바깥의 사람이 들어오도록 대문을 연다. 그들은 질다를 유괴해서 나오는데 질다는 재갈을 물리고 가다가 수건을 떨어뜨린다)

질다 : (멀리서) 아버지 날 살려주오.

합창 : (멀리서) 성공했네.

질다 : (더 멀리서) 살려 줘요!

리골레토 : 아직도 멀었나? 무엇들 하나?...재미있네 그려. (눈을 만져본다) 눈을 가렸네.

  (눈 가렸던 것과 가면을 풀어제끼고 떨어진 수건과 문이 열려진 것을 본다. 들어가서 겁에 질린 죠반나를 끌어내어 절망적으로 바라보다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머리를 쥐어뜯고 드디어 울음을 터뜨린다)

       아! 아! 저주를 받아라! (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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