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Op.14

 

   

 

Louis Hector Berlioz

- Symphony Fantastique, Op.14 -

   

 

 

 

    프랑스의 시인 고체는 문학의 위고, 그림의 드라크르와, 그리고 음악의 베를리오즈 3인을 가리켜 프랑스 낭만파의 거장이라고 지적하면서, 낭만파 예술의 생명의 불꽃이 거기서 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밑바닥에 흐르는 격정과 영감에 접할 때, 새삼스럽게 고체의 말을 되씹게 된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단지 베를리오즈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교향곡 사상 돋보이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작곡된 1830년에 멘델스죤은 이미 5곡의 교향곡을 쓰고 있었으나 슈만은 아직 교향곡을 발표하지 않았고 브람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시대는 이미 낭만주의에 들어섰다고 해도 아직까지 고전적인 기초를 파괴하지 못한 낭만성이었다.

거기에 갑자기 <환상교향곡>과 같은 지극히 독창적인 태도로서 음악에 표제를 도입시킨 작품이 나타났기 때문에 그 반응은 대단한 것이었다. 베를리오즈의 성격이 너무나도 다감하고 병적인 몽상과 육체를 불태울 만큼 정열의 소유자여서, 그 때문에 형식에 구속된 고전적인 교향곡을 쓰기란 도저히 되지 않았고 멘델스죤과 같은 객관적인 표제가 아닌, 대담하다기 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강한 충동에서 음악을 표제에 종속시켜 자서전적인 내용으로 만들고 말았다.

구성이나 화성, 그리고 선율에서도 과거의 형태와는 다른 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그의 대표작의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리스트나 바그너에게 영향을 주어 자유로운 낭만주의의 꽃을 피우게 한 도화선 역할을 철저하게 한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환상교향곡>을 음악사적으로 표제음악의 시초라고 하며, 베를리오즈를 표제음악의 창시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베토벤이 57세의 생애를 끝마친 것은 1827년, 그 때 24세였던 베를리오즈의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잇따라 일어났다. 그는 유명한 그의 자서전 속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예술가의 생애에서는 때때로 벼락 같은 충격을 잇따라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마치 큰 폭풍우가 천둥을 부르고 돌풍을 휘몰아 오는 것과  같다. ]

  

그런데 이 잇달아 받은 벼락의 충격이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세익스피어, 괴테, 베토벤, 그리고 바로 여배우 해리엣 스미드슨이었다.

그가 난생 처음 본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모르는 그를 사랑과 죽음의 세계로 이끌었고, 처음 프랑스어로 번역된 괴테의 <파우스트>는 그를 환상의 안개로 두텁게 감싸 버렸다.

또한 베토벤의 교향곡은 그의 음악관을 밑뿌리에서부터 뒤흔들었고, 여배우 해리엣 스미드슨은 그에게 사랑의 기쁨과 괴로움을 몽땅 안겨다 주었다.

1827년 9월 6일, 베를리오즈는 파리의 오데옹 극장에서 영국의 극단이 공연한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그림의 떡인 줄 알면서도 프리마돈나 배우인 해리엣 스미드슨을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고, 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스미드슨에 대해 격정과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이 실연 사건은 베를리오즈의 경우에 있어서 단순한 청춘의 일장춘몽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실연사건을 포함한 4대 쇼크가 그의 창작 의욕에 불을 붙여서 불멸의 대걸작을 낳게 한 것이다. 그것이 3년 뒤인 1830년에 완성한 <환상교향곡>이다.  그 후 1832년 결국 해리엣 스미드슨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는 이 교향곡에 <어느 예술가의 생애>라는 부제를 달고 특이하게 5악장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각 악장마다에도 표제를 달아 놓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랑에 미치고, 인생에 싫증을 느낀 젊은 예술가가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독약의 분량은 죽음에까지는 이르지 않고, 혼수상태에 빠져 환상을 보게되는데, 그 환상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젊은 예술가는 바로 베를리오즈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며, 이 곡의 수법상 주목되는 것은 고정악상 또는 고정관념(idee fixe)의 사용이다. 이것은 바로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을 일정한 선율로 나타내고 모든 악장마다 등장시키는데, 각 악장마다 그 정경에 어울리게끔 주로 리듬과 악기만을 변화시켜 사용하는 방법이다. 보통의 교향곡은 제1악장에 나타난 주제는 그 악장에서 끝나고 다른 악장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 고정관념[고정악상]은 마치 장편소설의 주인공 처럼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 이것이 후일 바그너에게 라이트모티브(지도동기)를, 리스트를 거쳐 프랑크에게 순환 형식을 사용케 한 발단이 되었다.

또 관현악법은, 기본적으로 베토벤 시대와 같은 2관 편성이지만 표현의 요청 때문에 기형적, 변칙적인 방법을 무수히 쓰고 있다. 목관만 해도 파곳을 4개나 사용하고 있고, 튜바를 2개, 3악장에선 팀파니를 4명의 주자가, 또 당시로서는 진기하게도 하프를 2대나 쓰게 했다. 이상한 음형을 추구한 나머지 Eb조 클라리넷을 등장시켰고 종(튜불라 벨)을 울리는가 하면 현악기의 활을 뒤집어 활대로 현을 때리는 <콜 레뇨>기법 등 당시로서는 퍽 기상천외한 수단을 썼던 것이다.

   

연주 시간 : 약 47 - 51분

악기 편성 : 풀루트 2, 오보에 2, 잉글리쉬 혼, 클라리넷 2, 파곳 4, 호른 4, 코넷 2,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2, 팀파니 4, 큰북, 심벌즈, 종(튜불라 벨), 하프 2, 현 5부

  

   

             

   

  

           성격이 다른 2개의 주제를 가지고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의 3부 구성으로 되어있는 악곡 형식. 종결부를 넣어 4부로 구성하기도 한다.      

  

   제목 다음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그는 우선 연인과 만나기 전의 안타까운 기분과 막연한 열정, 그 까닭없는 우울을 느낀다. 이어서 연인과 만나는 순간 불붙는 뜨거운 연정, 거의 광기에 가까운 고뇌, 그러나 이윽고 전과 같은 안정이 회복되고, 최후로 종교적 위안을 얻는다.>

 

    형식적으로는 비교적 긴 라르고의 서주를 가진 소나타 형식이며 다단조로 시작한다.

  서주에선 젊은 예술가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기 전의 무언가 불안함과 초조와 동경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목관의 질질 끌리는 듯한 도입음에 이끌려 약음기(악기의 소리를 작게 줄이는 기구)를 단 바이올린이 가냘프게 그러나 그 무엇을 안타깝게 갈망하는 듯한 가락(아래 악보)을  띄엄띄엄 연주하나 이윽고 활기찬 가락이 이유없는 흥분을 나타내고, 계속해서 처음 선율이 밝은 장조로 노래되고 발전되어 간다.

 

 

  이번에는 현악기의 바탕위에 호른이 몽상적이면서도 꿈꾸는 듯한 가락을 연주하며 또 다시 혼란과 고뇌에 빠져든다.

 

  이윽고 풀루트와 바이올린에 의한 침착한 선율이(아래 악보) 다장조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연인을 상징하는 고정악상으로서 우아한 기품으로 길게 뻗어 나간다. 이어서 환희와 격정으로 치달으며 몸부림 친다.

 

 

  앞 부분이 반복되는 가락이 나오지만 이번에는 오보에의 고뇌와 번민에 찬 가락이 이어지고 또다시 격렬하게 폭발하는 광란의 몸부림이 들끓어 오른다.  

 

  또 다시 연인이 나타나 흥분과 고뇌를 반복하지만 이윽고 체념 속에 도달한 것처럼 평온한 기분이며 연인의 선율이 느리게 연주되면서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마무리 된다.  

 

                      

      

   

          

                                     Valse 왈츠        

  

   떠들석한 축제 기분의 무도회에서 연인의 자태를 바라보는 정경을 표현하고 있다.


   곡은 왈츠인데 교향곡에 왈츠를 도입한 것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참고로 이 시기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빈 왈츠는 아직은 오늘날처럼 완성된 형태의 명곡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곡의 첫머리에는 최초의 왈츠의 리듬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현의 트레몰로나 하프의 장식적인 음형에 의해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떠들석함을 묘사하는데, 이윽고 즐거운 왈츠의 선율(아래 악보)이 시작된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풀루트와 오보에가 고정악상을 변화시켜(아래 악보) 연주하고 연인이 춤추고 있는 것을 생각케 한다.

 

 

  이윽고 그것도 사람들의 소요로 들리지 않게 되고 웅성이는 왈츠가 계속된다.

 

  다시 한 번 연인의 자태가 나타나고 급격한 종결 악절의 흥분이 이것을 압도하며 화려하게 곡이 끝난다.

 

                                                                                                                                                             

      

   

  

                      

  

   3악장 제목 뒤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 어떤 여름날 저녁 무렵에 젊은 예술가는 두 사람의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조용한 자연의 모습, 산들바람에 나뭇가지가 속삭이고,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에 그의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다시 연인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의 가슴은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떤다. 만약 그녀가 나를 배반하면 어쩌나! 이윽고 다시 피리소리가 들려오지만, 다른 한 목동은 그에 응답하지 않는다. 해는 기울고 멀리서 뇌성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정적과 고독만이 남는다.>

 

  곡은 잉글리쉬 혼과 멀리서 들려오는 오보에가 주고 받는 선율(아래 악보)로 시작되는데, 이윽고 비올라의 트레몰로가 황혼이 점점 깊어짐을 알린다.

 

 

  전원적인 주선율(아래 악보)이 풀루트를 겹친 바이올린으로 연주되어 발전해 나간다. 여기에 목관악기와 호른이 합하여지고, 이윽고 새소리도 들리며 전원적인 풍취가 짙어진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데 이것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로 표현하고 있다. 나중에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주선율을 이끌어 나간다..

 

 

  연인의 선율이 다시 나타나면서 그는 또다시 격정에 몸부림친다. 그러나 체념하려는 듯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쓴다. 그러나 격정은 다시 끓어 오르고 연인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리면서 혼란에 빠진다.

 

  다시 처음의 목동 피리소리가 들려오지만 다른 목동은 응답하지 않는다. 하늘 멀리서 불길한 징조로 보이는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고독, 정적..... 여기서 베를리오즈는 4명의 주자가 팀파니를 연주하게 하여 천둥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        

  

   전곡을 통하여 가장 유명한 악장이다.

   < 질투에 눈이 뒤집힌 젊은 예술가는 꿈속에서 그리운 연인을 죽이고 만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단두대의 형장으로 끌려간다. 이 행렬의 처음에는 장중하고 우울하게, 다음에는 떠들석하고 명랑하게 울린다. 말하자면 이것은 죽음의 타격을 이겨내려는 마지막 사랑의 추억이다>

 

  불안하고 야릇한 현과 팀파니의 리듬을 타고 호른이 무거운 발걸음을 암시하며, 이윽고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에 의해 결연히 항거할 여지가 없는 선율(아래 악보)이 제시되고 파곳이 비웃는 듯이 얽힌다.

 

 

  행진은 점차 힘차게 되어 드디어 전합주에 의해 당당한 행진곡(아래 악보)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주위의 조소와 비난과 함께 떠들석하게 발전해 나간다..

 

 

  다시 한 번 처음의 무거운 발걸음이 옮겨지고 긴박감이 분위기를 감싸며 사형이 임박했음을 느끼게 한다.

 

  일순간 행진이 멈추면서 클라리넷이 연인의 선율을 연주하는 하는 순간 전 합주의 포효에 의한 단두대가 목을 자르고 모든 것은 끝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착상된 브로켄 산에서 열린 마녀들의 밤 잔치에 이미 죽은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다. 참고로 브로켄의 마녀들의 밤 잔치는 매년 5월 1일의 전야에 행해지는 것으로서, 쾨테의 <파우스트> 이전에 예년부터 독일에 전해지는 전설인데 베를리오즈는 기괴하게도 이 전설적인 행사와 자신의 매장을 결부시킨 것이다.

 

   < 젊은 예술가는 꿈속에서 죽은 사람의 혼을 모셔가는 마녀의 잔치에 참석한다. 요괴들은 그를 조상하기 위해서 모여든다. 괴상한 새소리, 탄식, 껄껄대는 웃음. 바로 그 때 연인을 상징하는 고정관념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이전의 기품을 잃고 그로테스크하고 경박한 무곡이 된다. 그리운 연인은 마녀가 되어서 잔치에 나온다. 환영과 아우성, 조종(弔鐘), <분노의 날>의 어리꽝스러운 찬가, 마녀의 론도, 그리고 <분노의 날> 론도가 함께 연주되면서 열광적이 된다.>

 

 

  먼저 곡은 현으로 연주되는, 무척 불안하고 야릇한 음형으로 시작되어 풀루트와 호른으로 닭 우는 소리를 흉내낸다. 한 번 더 이런 기분이 묘사된다.

 

  이어서 클라리넷이 고정악상인 연인의 선율(아래 악보)을 연주한다. 그런데 기품있던 이 선율은 트릴을 동반한 경박한 선율로 바뀌어져 나타나고 있다. 한때는 격렬한 관현악의 포효로 방해를 받지만 이 선율은 다시 경박한 느낌의 클라리넷으로 연주된다. 점차 오케스트라가 고조되고 연인의 춤은 계속된다..

 

 

  이윽고 장례를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가 들려오면서, 성가 <진노의 날>이 두 개의 파곳과 튜바로 무겁게 연주된다. 이 진노의 날 선율은 카톨릭의 전례 미사 중 죽은자를 위한 미사로서 그레고리오 성가 중의 하나인 <진노의 날>에서 가사를 바꾸어 12회 반복해서 불려지는 노래이다.

 

 

  이윽고 급속한 론도가(아래 악보) 현악진에 의해서 시작되면 그것이 발전하여 큰 푸가 형식으로 된다. <진노의 날>을 변형시켜 연주하는데 론도는 점점 발전해서 정점에 도달하는데 현에 의한 론도 주제와 관에 의한 <진노의 날>을 동시에 연주되는 음악으로 마무리한다.

 

 

  그것에 이어 바이올린 활을 뒤집어 활대로 줄을 두드리는 콜 레뇨 기법으로 이상 야릇한 기분을 만들어 내고, 그리고 곡은 다시 고조되어 분방하고 광란스런 클라이막스에 도달하여 끝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