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전쟁은 사람의 마음을 버린다. 1914년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신경질적인 라벨에게는 커다란 타격이었다. 1919년 그는 <나는 두려울 만큼 슬프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전쟁 후 2년쯤 그는 극도의 불면증에 걸려 거의 작곡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항상 미소짓던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가뜩이나 조그마한 체구는 볼품이 없게 되었고 숱이 검던 머리칼은 반백이 되었다.(그뒤 아예 백발이 된다.) 세상에 대한 혐오, 고독, 끝없이 빠져 들어가는 우수의 심연.... 이와같은 그의 성격상의 변화는 당연히 음악에도 나타났다. 이 <라 발스(왈츠)>는 바로 그러한 시기에 탄생되었다. 19세기 중엽의 비엔나 왈츠는 더없이 우미하고 명랑한 왈츠였는데, 대전을 치룬 뒤의 사람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그리고 음악은..? 라벨은 전쟁이라는 광란의 시대를 통해서 좋았던 시절의 비엔나 왈츠를 찬미하며 또 현세에 살아가는 모습을 엄숙히 바라보려 했던 것이다. 라벨은 악보에 이렇게 쓰고 있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 사이로 왈츠를 추는 사람들이 보인다. 구름은 점점 걷혀가고 호화로운 홀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뚜렷이 보인다. 홀은 점점 밝아지고 천장에 드리워진 샹들리에의 조명이 찬연히 빛난다. 1855년 무렵의 궁전이다.> 명칭은 <라 발스>로 되어있지만, 요한 스트라우스 것과 같은 통속적인 왈츠는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엔나 왈츠를 찬미하는 라벨의 몽상이자 완전한 발레음악이다. 다시 말해서 왈츠라는 이름을 가진 <무용시>인 것이다. 그리고, 라벨 자신이 악보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곡은 대체로 다음의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1.
왈츠의 탄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