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마단조

 

라흐마니노프는 모두 4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그중에서 제2번이 가장 사랑을 받고 널리 연주되고 있다. 근래 30-40년 동안에 이만큼 급속히 많은 애호가를 획득한 근대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 유례가 없다. 그 까닭은 이 음악이 <여수(旅愁)>를 비롯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곡은 감미롭고 친근미가 있는 무드를 간직하고 있다.

이 명작은 1901년(28세)에 작곡되었는데, 사실을 말하면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쓰기 수년 전부터 극도의 노이로제에 걸려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노이로제의 원인이 된 것은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교향곡 제1번>이 비평가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도록 드들겨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뒤로부터 초조와 좌절감에 빠져서 완전히 창작 의욕을 잃고 말았다. 그는 이 노이로제를 치료하기 위하여 온갖 요법을 다 시도해 봤지만 헛수고였다.

이렇게 모든 활동에서 물러난 2년 후 구사일생과 같이 명의 니콜라이 다르 박사를 만나 치료에 성공하게 된다. 그는 불사조처럼 소생하여 최초로 쓴 작품이 바로 이 곡이다. 1901년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피아노를 맡아 초연되었으며, 1905년에는 이 곡에 대해서 글린카 상이 주어졌다.

심오한 감정과 긴장된 힘이 넘치고 시적 정서에 찬 작품으로 전곡에 걸치는 빛나는 예술성은 라흐마니노프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