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클라리넷 협주곡 가장조

 

말년의 모차르트, 그래 봤자 30대 초반이 조금 넘은 모차르트가 각별히 관심을 가졌던 악기로 클라리넷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좋은 친구’였던 클라리넷 연주자 슈타틀러를 위해 작곡한 또 하나의 걸작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K.622)는 한 편의 영화 때문에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K.467)와 비슷하지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시켰던 영화는 바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입니다. 시드니 폴락이 메가폰을 들었고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아 1985년에 세상에 나왔던 영화입니다. 이듬해 아카데미상에서 7개 부문을 휩쓸었지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20일 전에 완성한 작품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클라리넷을 따라올 악기는 그리 많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넓은 음역이 그렇습니다. 클라리넷의 음역은 여성의 음역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3옥타브 반 정도의 음역을 지녔는데, 여성의 알토에서 소프라노까지와 거의 흡사합니다. 현악기 중에서는 바이올린이 비슷한 음역을 지녔습니다.

클라리넷은 넓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음역의 다른 목관악기, 이를테면 오보에 같은 악기와 차별성을 갖습니다. 다시 말해 오보에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거의 동일한 음색을 지녔습니다. 물론 그것은 장단점의 문제라기보다는 악기 고유의 ‘캐릭터’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항심(恒心)이야말로 오보에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클라리넷은 음역마다 음색이 바뀌면서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빠르게 오갈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다시 말해 클라리넷은 순발력이 뛰어난 연기자에 가깝습니다. 다정다감하고 로맨틱한 성품을 지닌 악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를 1791년 9월 28일부터 11월 15일 사이에 작곡했다는 기록을 남겨 놨습니다. 자, 그렇다면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20일 전에 완성했다는 얘깁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모차르트는 같은 해 12월 5일 ‘레퀴엠’을 작곡하던 도중에 병사했지요. 그래서 ‘클라리넷 5중주 A장조’(K.581)는 모차르트가 세상에 남긴 최후의 협주곡입니다.

 

1악장: 알레그로

1악장은 전체 3개 악장 가운데 길이가 가장 깁니다. 전체 연주시간 약 30분 중에서 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먼저 오케스트라 합주가 첫 번째 주제를 제시합니다. 산뜻하고 매끄러우면서도 음악적으로 균형 잡힌 선율입니다. 이 선율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현악기들, 이어서 관악기들이 차례로 받아서 연주합니다. 그 주제 선율은 1악장이 끝날 때까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첫 주제에 상응하는 두 번째 주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첫 번째 주제가 변화, 발전하는 과정에서 단편적으로 끼어드는 에피소드 풍의 주제들은 종종 있습니다. 1악장은 전체적으로 매우 균형 잡힌, 그래서 고전적인 격조를 보여주는 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모차르트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또 어떤 장면에서는 어두운 그림자를 예감케 합니다. 클라리넷이 화려한 독주 기교를 뽐내는 카덴차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클라리넷이 곳곳에서 빼어난 기교를 펼쳐 보입니다.

2악장: 아다지오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함께 기억되는 2악장은 느린 아다지오 악장입니다. 현악기들이 반주로 깔리면서 클라리넷이 주선율을 연주합니다. 마치 클라리넷이 아련하고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주제 선율이 점점 희미해질 무렵, 오케스트라가 다시 한 번 그 선율을 노래합니다. 이어서 조바꿈. 다시 클라리넷이 슬픈 곡조를 노래하다가, 역시 오케스트라가 그것을 받아 연주합니다.

 이어서 클라리넷이 카덴차 풍의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지만 주조(主調)는 역시 슬픔입니다. 잠시 후 원래의 주선율로 돌아와 클라리넷이 느리고 슬픈 노래를 다시 부르고, 현악기들이 잔잔하게 배경으로 깔립니다. 마지막으로 클라리넷이 테크니컬하면서도 정갈한 연주를 한차례 선보인 후 막을 내립니다. 코다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아련한 여운을 남깁니다.

3악장: 론도. 알레그로

3악장은 경쾌하고 장난스러운 느낌으로 문을 엽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역시 모차르트답지요. 18세기 후반의 소나타나 교향곡, 협주곡 등의 마지막 악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론도 형식의 악장입니다. 하나의 주제가 여러 개의 삽입부(중간부)를 사이에 두고 여러 차례 반복해 등장합니다. 그래서 마치 빙글빙글 도는 듯한 ‘원무(圓舞)’의 느낌을 풍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