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왈츠 Op.64
제6번 내림라장조 Op.64-1 '강아지 왈츠' 이 d플랫장조의 왈츠는 쇼팽의 왈츠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로 흔히 "강아지 왈츠" 라고 부릅니다. 그의 연인인 죠르주 상듀가 기르는 강아지를 보고 작곡했습니다. 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그대로 음악에 담아 상듀의 간청에 의해 이 곡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쇼팽의 음악 세계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쳤던 사람인 조르주 상드는 당시 남녀간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다룬 연애 소설로 유명한 소설가였다. 둘의 사랑은 불행한 결말로 끝났지만 그녀와 함께 지낸 9년 동안이 쇼팽에게는 많은 걸작들을 써낸 기간이었다. '결핵'이라는 고질병을 달고 산 쇼팽을 열심히 간호해 준 상드와 그녀를 위해 작곡을 한 쇼팽의 관계는 예술가들 특유의 불같은 정열과 자유로운 영혼의 충돌로 인해서인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 중에서 그래도 둘이 사랑하며 살던 시절을 보여주는 곡이 이 강아지 왈츠입니다. 이 곡은 끝없이 선회하는 무궁동과 같이 눈부시게 질주합니다 마는 기교적으로 그다지 어려운 곡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많이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쾌하고 유연한 기교로 연주하지 않으면 이 곡의 진미를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곡은 3부 형식으로 되어 처음 선회하는 주 선율이 나오고 다섯째 마디부터 왼손에 왈츠리듬이 나옵니다. 중간부인 트리오는 유화한 감미로운 선율로 되어 조급한 주부와 대조를 이룹니다. 이 짧은 곡에는 코다 즉 종결부가 없습니다. 쇼팽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가 강아지 한 마리를 길렀는데 상드가 나갔다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자기 꼬리를 따라 빙글빙글돌며 그녀를 반겨 주어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런 강아지의 모습에 상드는 홀딱 반했고 쇼팽에게 이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순간에 끝나버리는 특성 때문에 ‘순간의 왈츠’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제7번 올림다단조 Op.64-2 1847년에 출판된 이 곡은 쇼팽의 음악 세계만의 특징인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병고에시달리는 인간의 나약함이 여실히 나타나는 곡이다. 폴란드 고유의 민속춤인 마주르카에 가까운 리듬으로 쓴 왈츠이지만, 마주르카의 흥겨움보다는 슬픔이 가득 담겨 있는듯하다. 쇼팽의 위대함은 피아노 연주곡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놀 정도로 뛰어났던 그의 음악성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 을 평생 괴롭히고 좌절하게 만든 조국과 결핵이라는두 존재를 이렇게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로 승화시켜냈습니다. 이 c샤프단조의 왈츠도 왈츠 리듬 보다는 마주르카 리듬에 가까운 하나의 서정적인 왈츠로서 실용적인 의미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쇼팽의 개성과 국민성이 빚어진 음악으로서 어딘지 숙명적인 비애가 느껴지는 어두운 그림자가 밑바닥에 깔려있습니다. 이 곡도 1846년 부터 47년 사이에 쓰여져 구성도 3부형식입니다. 서주도 없이 곧 비탄에 젖은 주부의 주선율이 나타납니다. 뒤이어 곡상이 바뀌어 빠른 선회적 운동이 시작되나 화려한 것이 아니라 맥이 빠진 공허한 느낌을 줍니다. 중간부는 d플랫장조로 바뀌어 약간 밝은 느낌은 들지만 다시 우울한 분위기로 돌아가 선회적 운동이 시작되고 처음의 주선율이 반복되면서 주부가 되돌아오고 불안한 상태에서 곡이 끝납니다.
제8번 내림가장조 Op.64-3 위의 Op.64 - 1, 64 - 2와 같은 해에 만든 작품이지만, 이 세 작품 중에서는 내용적으로 약간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이 곡이 잘 못 만든 곡이라는 것이 아니라, 앞의 왈츠들과 연결적인 왈츠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조그만 변화 외에는 이 곡만의 특징이 없어서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 왈츠 자체에는 명랑하고
부드러움이 들어 있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 곡 전체는 ≪강아지 왈츠≫와 같이 중간부를 가진 세 도막 형식을 취한다. 쇼팽이 피아노 연주곡으로 쓴 왈츠 14곡들 중에서 이 곡까지 8곡만이 쇼팽의 생전에 발표가 되었고, 나머지 곡들은 그가 죽은 후에야 발표가 되었다. 그 중 몇 곡은 아주 최근에야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생전에 발표한 왈츠곡들은 모두 귀족 여성들에게 바쳐졌는데, 어떤 곡은 남편이 있는 귀족 부인에게, 어떤 곡은 쇼팽이 잠시 머물렀던 보헤미아의 귀족 처녀에게 바쳐지기도 했다. 이 곡은 한때 쇼팽의 제자였던 브라니츠카 백작 부인에게 헌정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