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 그는 그의 최대의 오페라 <알폰소와 에스트렐라>, C장조 피아노 환상곡 <방랑자>, Ab장조인 <제5미사> 등의 대작을 완성했다. 이 중에서 <알폰소와 에스트렐라>는 그때나 현재나 별로 문제로 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5미사>곡은 1828년의 Eb장조인 <대미사곡>과 아울러 그의 걸작의 하나인 것이다. 또 <C장조> 피아노 환상곡은 슈만의 어떤 교향곡이나 리스트의 교향시 형식이나 작곡 수법을 예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환상곡이 4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더욱이 그 순서가 그 당시 일반적으로 이루어졌던순환 형식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는 점과, 각 부분이 공통의 동기를 바탕으로 한 것 등등을 지적하여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교향곡의 제1, 제2의 두 악장의 공통 동기(아래 악보 A부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앞의 환상곡과 같은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예언자적 성격을 갖게 되었으며 또한 이 교향곡을 예언자적 위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그것은 이 곡이 처음으로 서정시적인 교향곡으로 음악사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등의 교향곡은 사실 이 작은 미완성곡의 맥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 교향곡은 제1, 제2악장만 완전히 오케스트라 스코어로 되어있다. 제3악장의 스케르쪼는 겨우 9마디만 오케스트레이션 되었을 뿐, 그 뒤 일부는 피아노 악보로 되어 있다. 제4악장을 위해서는 아무런 기술도 없다.
슈베르트의 이 교향곡 8번은 <미완성>이 아니라 베토벤의 일부 피아노 소나타처럼 두 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제2악장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페이지 수와 슈베르트가 쓴 제3악장의 초본으로 미루어보건데 이 주장은 거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봐야 했다. 그 외에 <교향곡 8번>은 모두 완성되었지만, 마지막 두 악장이 분실되었거나 파기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주장 역시 빈의 학자 크리스타 란돈이 1969년 발표한 사실에 따르면 근거가 없어 보인다. 란돈이 발견한 제3악장 관현악 악보 가운데 둘째 페이지는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가 두 악장으로 된 이 교향곡을 요제프 휘텐브레너에게 보내기 직전에 중단했음이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완성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모리스 브라운의 주장에 따르면 1822년말 슈베르트가 병을 얻은 사건과 관계가 깊다. 슈베르트처럼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에게 병까지 겹쳐서 교향곡을 끝맺지 못했다는 추측이다. 사실 모스코 카르너라는 학자는 <미완성교향곡>의 조성이 슈베르트 당대의 '암울한' 특징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주요 작품에 나단조(b-minor)를 사용한 것은 드문 일이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교향곡에서도 나단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단조를 사용한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어떤 바램이나 심지어 고통을 표현한 가사를 담고 있다고 카르너는 지적한다.
한스 갈스의 추측이 가장 신빙성이 있는 듯 하다. 갈스는 슈베르트가 다른 많은 작품들을 미완성으로 넘겨놓은 이유와 <미완성교향곡>을 단념한 이유가 똑같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치자 결국 작품에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처음에는 즐겁게, 그리고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던 곳으로 보인다. 그러나 걸림돌에 직면하자 조급한 나머지 새로움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했다. 3악장 스케르초의 골격이 점점 성긴 것을 보면 작곡을 계속할 마음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고의 아름다움을 갖춘 장엄한 두 악장을 쓰고 난 뒤, 슈베르트는 곡을 옆으로 제쳐놨던 것이다. 그뒤 미완의 이 작품을 두 번 다시 들춰보지 않았다. 완성만 된다면 위대한 곡이 될텐데, 그렇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사본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던 것이다.
그에 따라 헤르베크는 1865년 12월 17일 빈에서 두 곡을 지휘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이듬해 출간됐다. 청중, 비평가들 모두가 슈베르트의 곡에 열광적인 갈채를 보낸 반면, 안젤름의 곡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미완성>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였다.
이 곡이 미완성된 이유는 위와 같이 여러 가지 있으나, 요컨데 이 두악장이 형식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서로 힘차게 손을 맞잡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짜임새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어떠한 스케르쪼나 피날레를 덧붙여 보았자 오히려 쓸데없이 길기만 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을, 천재의 직관에서 알아차려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곡은 형식상 미완성이긴 하나 내용적으로는 완성된 형식에 못지 않은 내용의 완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연주 시간 : 약22분 악기 편성 : 풀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2, 트럼펫 2, 트롬본 3, 팀파니, 현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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