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Schubert, Franz Peter


교향곡 제8번 나단조 <미완성> D.759

 

    

 

 

이 곡의 경향이 지극히 투명, 청순하다는 것, 아름다운 선율이 풍부하게 쓰여졌다는 것, 화성과 음색의 용법이 참신하다는 점 등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기있는 교향곡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미완성이므로 그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상상과 억측이 나돌고 있으며 그러한 억측은 영화가 되어 나올만큼 대중적인 곡으로 되어 버렸다. 이 교향곡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중에서가장 훌륭할 뿐만 아니라 낭만파 음악의 하나의 큰 금자탑인 것이다.

 

자필 악보에 의하면 이 곡은 슈베르트가 25세 때, 즉 1822년 10월 30일 빈에서 착수된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 작곡이 중단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해 그는 그의 최대의 오페라 <알폰소와 에스트렐라>, C장조 피아노 환상곡 <방랑자>, Ab장조인 <제5미사> 등의 대작을 완성했다. 이 중에서 <알폰소와 에스트렐라>는 그때나 현재나 별로 문제로 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5미사>곡은 1828년의 Eb장조인 <대미사곡>과 아울러 그의 걸작의 하나인 것이다.

또 <C장조> 피아노 환상곡은 슈만의 어떤 교향곡이나 리스트의 교향시 형식이나 작곡 수법을 예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환상곡이 4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더욱이 그 순서가 그 당시 일반적으로 이루어졌던순환 형식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는 점과, 각 부분이 공통의 동기를 바탕으로 한 것 등등을 지적하여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교향곡의 제1, 제2의 두 악장의 공통 동기(아래 악보 A부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앞의 환상곡과 같은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예언자적 성격을 갖게 되었으며 또한 이 교향곡을  예언자적 위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그것은 이 곡이 처음으로 서정시적인 교향곡으로 음악사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등의 교향곡은 사실 이 작은 미완성곡의 맥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 교향곡은 제1, 제2악장만 완전히 오케스트라 스코어로 되어있다. 제3악장의 스케르쪼는 겨우 9마디만 오케스트레이션 되었을 뿐, 그 뒤 일부는 피아노 악보로 되어 있다. 제4악장을 위해서는 아무런 기술도 없다.

  

슈베르트의 이 교향곡 8번은 <미완성>이 아니라 베토벤의 일부 피아노 소나타처럼 두 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제2악장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페이지 수와 슈베르트가 쓴 제3악장의 초본으로 미루어보건데 이 주장은 거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봐야 했다. 그 외에 <교향곡 8번>은 모두 완성되었지만, 마지막 두 악장이 분실되었거나 파기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주장 역시 빈의 학자 크리스타 란돈이 1969년 발표한 사실에 따르면 근거가 없어 보인다. 란돈이 발견한 제3악장 관현악 악보 가운데 둘째 페이지는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가 두 악장으로 된 이 교향곡을 요제프 휘텐브레너에게 보내기 직전에 중단했음이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완성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모리스 브라운의 주장에 따르면 1822년말 슈베르트가 병을 얻은 사건과 관계가 깊다. 슈베르트처럼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에게 병까지 겹쳐서 교향곡을 끝맺지 못했다는 추측이다. 사실 모스코 카르너라는 학자는 <미완성교향곡>의 조성이 슈베르트 당대의 '암울한' 특징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주요 작품에 나단조(b-minor)를 사용한 것은 드문 일이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교향곡에서도 나단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단조를 사용한 슈베르트의 가곡들은 어떤 바램이나 심지어 고통을 표현한 가사를 담고 있다고 카르너는 지적한다.

  

한스 갈스의 추측이 가장 신빙성이 있는 듯 하다. 갈스는 슈베르트가 다른 많은 작품들을 미완성으로 넘겨놓은 이유와 <미완성교향곡>을 단념한 이유가 똑같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치자 결국 작품에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슈베르트는 처음에는 즐겁게, 그리고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던 곳으로 보인다. 그러나 걸림돌에 직면하자 조급한 나머지 새로움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했다. 3악장 스케르초의 골격이 점점 성긴 것을 보면 작곡을 계속할 마음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고의 아름다움을 갖춘 장엄한 두 악장을 쓰고 난 뒤, 슈베르트는 곡을 옆으로 제쳐놨던 것이다. 그뒤 미완의 이 작품을 두 번 다시 들춰보지 않았다. 완성만 된다면 위대한 곡이 될텐데, 그렇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사본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던 것이다.

 

<교향곡 8번>의 두 악장이 완성된 이듬해(1823년) 슈베르트는 요제프 휘텐브레너를 통해 악보를 자신의 친구이자 요제프의 동생인 안젤름에게 보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슈베르트의 의도는 안젤름과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슈베르트에게 명예회원의 자격을 부여한 슈타이어 음악협회에 악보를 증정코자 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안젤름은 40년이 넘게 그 악보를 간직해 왔다. 당시 이류 작곡가였던 그가 슈베르트의 성공을 시기했던듯 하다. 그러나 1865년 마침내 그 중년 음악가는 주변의 권유에 못이겨 빈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지휘자 요한 헤르베크에게 악보를 넘겼다. 단 그 대가로 자신의 작품 중 한 곡을 <미완성교향곡>과  함께 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에 따라 헤르베크는 1865년 12월 17일 빈에서 두 곡을 지휘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이듬해 출간됐다. 청중, 비평가들 모두가 슈베르트의 곡에 열광적인 갈채를 보낸 반면, 안젤름의 곡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미완성>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였다.

 

이 곡이 미완성된 이유는 위와 같이 여러 가지 있으나, 요컨데 이 두악장이 형식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서로 힘차게 손을 맞잡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짜임새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어떠한 스케르쪼나 피날레를 덧붙여 보았자 오히려 쓸데없이 길기만 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을, 천재의 직관에서 알아차려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곡은 형식상 미완성이긴 하나 내용적으로는 완성된 형식에 못지 않은 내용의 완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연주 시간 : 약22분

악기 편성 : 풀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2, 트럼펫 2, 트롬본 3, 팀파니, 현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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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이 다른 2개의 주제를 가지고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의 3부 구성으로 되어있는 악곡 형식. 종결부를 넣어 4부로 구성하기도 한다.         

           

    

나단조(b-minor)의 비교적 간단한 소나타 형식이다. 정열적이고 격렬한 이 악장은 첼로와 베이스에 의해 부드러운 8마디 도입부로 시작한다 .그 중 첫머리 3개의 음으로 된 동기 A가 제1악장 뿐 아니라 제2악장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하며, 두 개의 악장을 정신적으로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는데(악보 1), 명지휘자 바인가르트너는 <마치 지하의 세계에서 울려 나오는 가락> 이라고 형용하였다.

        

        

        

이어서 바이올린의 16분음표와 저음현의 피치카토를 바탕으로하여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아름다운 제1주제를 연주한다.(악보2)  이 주제의 두 번째 마디 후반이 동기 A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제의 로맨틱한 감흥은 호른에 의한 반향적인 효과에 의해서 월등하게 강화된다.

        

        

          

제1주제가 겹쳐진 뒤, 파곳과 호른의 짧은 경과부 뒤에 제2주제가 나타난다.(악보3) 이 주제 속에서 동기 A부분을 찾아 내기란 쉬운 일이다. 여기서 슈베르트의 천재성이 나타나는데 매혹적이고 따사로운 멜로디를 먼저 첼로가 연주하면 이를 바이올린이 받는다. 소나타의 일반적인 짜임은 제1주제가 단조인 경우(나단조) 제2주제는 나란한조인 장조(라장조)로 나타나는 것인데, 여기서는 <사장조(G-Major)>로 나타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제2주제가 3회 되풀이 되고 A장조로 굳혀 지려고 할 때 멜로디가 멈추고 고요한 적막이 찾아온다. 갑자기 격렬한 투티(총합주)로 g단조, Eb장조 등을 암시하는 불안정한 몇 마디가 있은 뒤, 제2주제의 세 번째, 네 번째 마디의 선율이 화려한 전조에 의해 급해지고 힘이 증가되면서 돌진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유려함은 쇠퇴해지지만 또 다시 제2주제가 나타나고 도입부에 잠재해 있던 불안정이 분출되어 더 이상 적막 속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천천히 잦아들면서 지금껏 들어온 제시부가 반복된다.

 

       

      

      

 전개부는 동기 A가 포함된 첫머리의 동기를 주요 소재로 하여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E단조로 첫걸음을 뗀다. 여기에 제2주제의 배경으로 사용되었던 싱코페이션과 기타 한 두 개의 또 다른 악상이 덧붙여진다. 주제는 신비스럽게 은근히 진행되다가 격렬한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때 매우 세게 연주되는 거친 화음과 매우 여리게 연주되는 제2주제의 색다른 화음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제 전개부는 질풍노도처럼 진행된다. 신비한 도입부를 전체 관현악단이 힘차게 연주하다가 이후 산산히 흩어진다. 관악기와 팀파니가 계속 두드려대듯 점리듬을 연주하는 동안, 현악기가 격렬하게 끼어든다. 전개부의 절정이 이제 나타나는 것이다.  

맹렬하게 치닫던 전개부는 곧 재현부를 향해 점차 가라앉는다. 

     

     

         

재현부는 제시부가 반복되는 형태를 취하는데 정열적으로 연주하는 현악기와 오보에,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주제는 필요한 만큼 변형되어 나타난다. 첼로로 연주되는 제2주제는 이번에는 4마디나 연장되어 나타나고, 격렬한 투티로 치달으며 본래의 조인 나단조(b-minor)로 전개된다.

     

      

      

마지막으로 종지악절, 이른바 코다는 전개부처럼 시작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격렬한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이 절정은 급작스럽게 피아니시모로 뚝 떨어져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교향곡의 도입부를 구슬프게 읊조리듯 연주한다. 전체 관현악이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선율을 반복하면 음악은 또 한번 잠시 침묵에 빠졌다가 네 개의 강하고 단정적인, 그러나 무언가 동경하는 연연한 생각으로 가득찬 b단조 화음으로 끝난다.

      

       

      

     

    

 

                                                        

      

마장조(E-Major)로 시작하는 이 악장은 처음부터 141마디까지를 두 번 반복하고 여기에 코다를 붙인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마장조는 모스코 카르너에 따르면 "평화로움, 꿈에 잠긴 명상, 침묵어린 체념, 전원의 느낌"을 묘사할 때 쓰는 조라고 한다.

청명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악장이다.

 

첫 시작은 호른과 파곳에 의한 제1악장의 처음 도입부인 A선율에서 구상된 것이며(악보4의 A분), 이 가락에 콘트라베이스 피치카토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이어서 바이올린에 의한 아름다운 가락과 첼로에 의한 대위적인 가락이 반복되어 나타나는데 이 악장의 주 된 선율이 된다.

 

      

     

그것도 잠시 뿐, 곧이어 현을 바탕으로 관악이 연주하는, 지금까지 나타났던 두 개의 동기를 조립시킨 행진곡 같은 당당한 패시지 부분이 나오는데, 그 힘은 금새 감퇴되고, 제1바이올린만의 어둡고 쓸쓸한 암시적인 진행으로 이끌 클라리넷이 구슬프지만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목가적인 애가(哀歌)를 노래한다. 이에 대한 현의 싱코페이션 반주는 참으로 독창적이다.

   

  갑자기 콘트라베이스가 제2멜로디를 강하게 연주하면 음악은 새로운 D장조를 향해 격렬히 치달으며 선율이 갑자기 부드러워진다. 첼로와 베이스가 제2주제(클라리넷)에서 끌어온 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바이올린은 한 마디 떨어져 느슨하게 이를 모방한다. '절묘한 시' 같은 이 패시지는 재현부로 이끌린다. 이 뒤에 전개로도 볼 수 있는 50마디가 이어지고  

        

곡은 처음과 같이 도입구로 돌아가서, 조성은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한 동기를 반복하면서 참으로 맑고 고운 코다로 이어진다.

       

마침내 음악은 특이한 아름다움을 지닌 코다에 이른다. 제1주제의 단편들로 인해 청중은 아쉬운 사랑의 작별을 고하지 못한다. 첼로와 베이스의 피치카토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기 때문이다. 고독하게 솟아오르는 바이올린의 선율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지고한 고요의 음에 이르러 교향곡은 침묵으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