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Schubert, Franz Peter


연가곡집 <백조의 노래> D.957

 

    

 

1827년 3월 26일에 베토벤이 운명했을 때, 평소부터 그를 존경해 마지않았던 슈베르트는 친구들과 함께 베토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이 파한 뒤에 그들은 술집에 들러서 베토벤의 명복(冥福)을 포도주로 건배(乾杯)했다. 다시 잔이 채워졌을 때 슈베르트는 스스로 일어서서,「요 다음 번에 죽을 사람을 위해서 ! ……」하며 잔을 비웠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1828년 10월 31일, 형과 친구들과 어울려서 비인 교외의 레스토랑에서 식사중, 갑자기 토하면서「기분이 언짢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11월 14일 장티푸스로 자리에 눕게 되었다.

병세는 갑자기 악화되어, 출판사에서 보내온「겨울 나그네」의 교정쇄(校正刷)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인사불성(人事不省) 빠져 19일 오후3시에 31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떴다.

약간의 돈만 있어도 그렇게는 안되었을 터인데, 운명의 신은 그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죽음을 위해 건배케 했던 것이다. 물론 그 자신은 그렇게 일찍 사신(死神)에게 불려 가리라고는 예측조차 못했다. 그것은 그의 일솜씨를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베토벤이 죽은 해부터 이듬해에 걸쳐 써낸 굵직한 작품만 들어도 연가곡집「겨울 나그네」의 후반부 12곡, 「피아노 3중주곡」2곡, 「교향곡 제9번C장조」「피아노 소나타 C단조」「현악 4중주곡 C장조」,그리고 가곡집「백조의 노래」등이 잇따랐다.

참으로 놀라운 활동력이며 경탄할 만한 밀도(密度)다. 게다가 죽던 해인 1828년 3월 26일, 그것도 참 우연히 베토벤의 일주기(一周忌) 날 밤에 그의 생애에서 최초인 작품발표 연주회가 비인 음악협회에서 열려 그의 앞에 빛나는 장래가 약속되다시피 했었는데……

사실 슈베르트는 대작「교향곡 제9번」을 작곡한 뒤에「가곡은 이제 그만 쓰겠다. 이제부터는 교향곡과 오페라에 주력하겠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로서는 이제부터 일할 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일격(一擊)에 가고 말았다. 정말 그릴파르저(F. Grillparzer)가 쓴 묘비명의 말대로 「음악은 풍성한 보배를, 그러나 보다 바람직한 희망을 묻어」버렸던 것이다.

슈베르트가 죽은 뒤에 출판업자 하즐링거(T. Haslinger)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뜬 해의 8월에 작곡한 13곡의 가곡과, 10월에 들어 작곡하였고 아마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상상되는, 자이들(J. G. Seidl)의 시에 작곡한 「우편 비둘기」등 전14곡을 묶어서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1829년 5월의 일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연작가곡(連作歌曲)이 아니고, 슈베르트 자신도 이것들을 하나의 가곡집에 묶을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조차도 그의 예정에는 없었던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 전설에 따르면 백조라는 물새는 보통 때는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조용히 헤엄만 치다가, 죽을 때 꼭 한번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고는 생애를 마친다고 한다. 이로부터 연유해서 작가의 절필이나 사세가(辭世歌)를 가리켜「백조의 노래」라고 부르고 있다. 이 가곡집에 하즐링거가「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을 단 까닭도 그 때문이며, 과연「가곡의 왕」이라고 불리는 슈베르트의 사세가답게 하나같이 명작들만 담겨져 있다. 그리하여 앞의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겨울 나그네」와 더불어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집」이라 불린다.

1828년 8월에 슈베르트는 다시 가곡에 대한 창작 의욕에 불탔다. 봄부터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악곡들에 주력하다가 8월에 비상한 속도로 13곡의 가곡을 썼다. 그 중의 7곡은 렐시타프(H.F.L, Rellstab ; 1799∼1860)의 시에 의한 것이며, 그것이 제1곡에 의해 불후(不朽)의 것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관심이 하이네에게 쏠린 것은 1828년 1월 중순에 그의 친구 쇼버의 집에서 모임이 있어, 그 자리에서 하이네의 시집「노래의 책」이 낭독되고부터 라고 한다.

하이네는 낭만파의 대시인이며 슈베르트와 동갑이다. 그의 시는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R. 시트라우스 등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작곡되고 있다. 슈베르트가 하이네의 시에 작곡한 노래는 이 가곡집에 있는 6곡이 유일한 것이다. 슈베르트가 채택한 시는 그「노래의 책」속에 수록된 100편의 시 「귀향(歸鄕)」편에서 뽑은 것이다.

이 가곡집「백조의 노래」는 평생에 600곡 이상의 가곡을 작곡한 슈베르트 가곡의 총결산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 가곡집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처음부터 낱낱의 곡이 개별적으로 작곡되어 연작으로서의 뜻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곡집으로서의 일관된 특색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그가 최후로 도달한 가곡의 양식이며, 거기에 공통되는 작품사의 특색은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그녀의 초상」, 「나의 그림자」등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음악의 시어(詩語)에 대한 깊은 경사(傾斜)와 접근이다. 이 특징은 그의 나중 작품일수록 더 현저하며,「겨울 나그네」에서 도달했던 것이 한층 심화(深化)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낭만주의 가곡의 두드러진 특징으로서 슈만, 볼프, 바그너 등에게로 이어진다.

둘째로 「봄의 동경」, 「우편 비둘기」등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되고 명쾌(明快), 간결(簡潔)한 음악적 표출(表出)이다. 이것은 슈베르트가 비록 짧지만 한평생 걸려서 추구했던 가곡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셋째로 피아노 반주가 노래 성부(聲部)와 동격(同格)의 지위로 끌어 올려져서 미묘한 음의 뉘앙스를 빚어내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극적(劇的)인 박력까지 밀고 올라온다. 이것은 슈베르트 가곡의 전반적인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이 마지막 작품들에서 한층 밀도 높게 승화(昇華)되어 있다. 「이별」이나「아틀라스」같은 노래는 이 높은 단계를 보여 주는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백조의 노래」는 음악사상 획기적 의의를 갖는 가곡집이며, 슈베르트가 남긴 가장 값진 유산이다.

     1. Liebesbotschaft (Rellstab)  사랑의 소식

     2. Kriegers Ahnung (Rellstab)  병사의 예감

     3. Fruhlingssehnsucht (Rellstab)  봄 그리워

     4. Standchen (Rellstab)  세레나데

     5. Aufenthalt (Rellstab)  나의 숙소

     6. In der Ferne (Rellstab)  먼 나라에서

     7. Abschied (Rellstab)  이별

     8. Der Atlas (Heine)  아틀라스

     9. Ihr Bild (Heine)  그녀의 초상화

     10. Das Fischermadchen (Heine)  어부의 딸

     11. Die Stadt (Heine)  도시

     12. Am Meer (Heine)  바닷가에서

     13. Der Doppelganger (Heine)  그림자

     14. Die Taubenpost (Seidl)  비둘기 전령

    전곡의 연주시간은 약 47분 전후.  

 

     

 

  제1곡 「사랑의 심부름꾼」Liebesbotschaft

 렐시타프(Rellstab)의 시 

 

 렐시타프의 시에 곡을 붙인 제1곡. 은빛으로 반짝이며 흐르는 냇물을 향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모의 정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노래다. 반주에 나타나는 32분음표의 음형(音型)은 냇물의 조잘거림을 묘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의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맑은 은빛으로 빛나는 냇물이여, 그토록 힘차게 연인에게로 치닫는가 나의 심부름꾼으로서 먼 곳의 애인에게 인사를 전해 다오. 그녀는 뜰에 핀 꽃을 가슴에 안고 있으리라. 냇물이여, 그녀의 붉은 장미꽃에 싱싱한 물을 부어 주라. 그녀가 냇가에서 꿈에 잠기고, 나를 생각하며 고개 숙일 때, 상냥한 말로 그녀를 위로하고 내가 곧 돌아간다고 전해 다오. 태양이 붉게 타며 서산에 질 때, 귀여운 그 사람을 어루만져 잠재우라. 즐거운 잠 속에서 속삭여 그녀의 꿈을 아름답게 꾸며 다오.」

        

  

  제2곡 「병사의 예감(豫感)」Kriegers Ahnung

 렐시타프(Rellstab)의 시 

 

 싸움터에서 먼 곳의 애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소박하면서도 복잡한 가곡인데, 처음에는 레치타티보 스타일로 노래되다가 8분의 6박자로 옮아가면서 극적인 표정으로 바뀐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내 옆에서 전우들은 깊이 잠들어 있다. 내 마음은 격렬한 동경 때문에 불안스럽다. 즐거운 꿈을 키우던 그녀의 가슴은 그토록 따뜻했던 것을. 그녀를 포옹하고 있던 노변(爐邊)은 그토록 황홀했던 것을. 여기서는 다만 무기(武器)만이 둔한 빛을 발할 뿐, 마음은 외롭고 슬픈 눈물만 흐른다. 아, 위로(慰勞)가 그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싸움은 이제부터다. 곧 나도 잠에 떨어지리라. 사랑하는이여, 안녕……」

        

   

  제3곡 「봄의 동경」Fruhlingssehnsucht

 렐시타프(Rellstab)의 시 

 

 경쾌한 반주에 실린 순진하고 아름다운 노래다. 훈훈한 기분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적신다. 마지막 1절이 조금 변한 5절의 유절가곡이다.

   가사의 대의

「상냥한 미풍이 일어 꽃향기를 풍긴다. 봄의 달콤한 인사에 내 가슴 설레인다. 봄바람이 부는 길을 나도 따라가리라. 어디로?
 명랑한 속삭임으로 흐르는 냇물은 은빛을 골짜기에 쏟는다. 잔물결은 앞을 다투고, 들도 하늘도 그 속에 그늘을 던지고 있다. 동경으로 불타는 마음이여, 너는 어디로 나를 데려가는가.
 금빛으로 미소짓는 태양은 희망에 찬 기쁨을 담고 있다. 행복으로 웃음짓는 그 모습은 나를 기쁘게 한다. 푸른 하늘은 환히 웃는데 내 마음에는 눈물이 넘친다. 왜일까?
 초록 옷을 입은 숲과 언덕, 아련히 휘날리는 꽃 보라. 모든 것이 빛을 향해 춤추고, 싹은 트고 꽃봉오리는 열려 소망을 펼친다. 그런데 너는?
 안식을 모르는 동경이여, 방황하는 마음이여. 다만 눈물과 한탄과 괴로움 뿐인가. 나는 욕망의 밀물을 느낀다. 누가 이 설레임을 잠재워 주리. 너만이 이 가슴에 봄을 가져온다.」

        

   

  제4곡 「세레나데」Standchen

 렐시타프(Rellstab)의 시 

 

 슈베르트의 전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노래다.「세레나데」는 「소야곡(小夜曲)이라고 번역되고 있듯이, 전에는 애인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였다. 이 곡도 연인을 그리는 노래인데, 감미로움 일색으로 왜곡(歪曲)되어 온 통속성(通俗性)을 버린다면 아주 기품이 있는 노래다. 고금의 세레나데 중의 베스트에 속한다. 반주는 기타 가락을 닮고 있다. 같은 선율의 절 다음에 딴 절이 덧붙여진 유절가곡이다.

   가사의 대의

「밤의 어둠을 뚫고 내 노래 그대에게 속삭인다. 저 고요한 숲으로, 연인이여 내 곁으로 오라. 나뭇가지가 달빛 아래 흔들릴 뿐, 우리 이야기를 엿듣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이팅게일이 우는소리. 아, 저 소리는 나 대신 감미로운 슬픔으로 그대에게 호소한다. 저 새는 내 가슴의 동경을 알며, 사랑의 고민을 알며, 은(銀)소리 같은 목청으로 가슴을 에인다.
 그대도 저 소리 듣는다, 내 목소리를. 나는 가슴 설레이며 그대를 기다린다. 어서 내게로 오라.」

        

   

  제5곡 「나의 잠들자리」Aufenthalt

 렐시타프(Rellstab)의 시 

 

 제목의 본래 뜻은「영혼의 안식처」라는 뜻이다. 파란 많은 인생과 눈물이 다할 날이 없는 영원한 아픔을 노래한 것인데, 아주 극적인 표정을 담은 비통한 곡으로서 소름이 끼칠 만큼 전율(戰慄)을 자아낸다. 슈베르트의 가장 뛰어난 가곡 중의 하나다.

 3부형식의 흔적을 남긴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파도치는 흐름, 술렁거리는 숲, 높이 솟은 바위, 그것이 나의 잠들 집이다.
밀려오는 파도처럼 눈물은 끝없이 흐르고, 나무들의 흔들림처럼 내 마음은 끊임없이 고동(鼓動)친다. 태고(太古)때부터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처럼 내 고뇌는 영원히 변함없다.」

        

   

  제6곡 「먼 나라에서」In der Ferne

 렐시타프(Rellstab)의 시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정을 노래한 것이다. 원시(原詩)는 각운(脚韻)이 아주 재미있다. 슈베르트도 그에 감흥(感興)이 일었음인지, 노래 자체는 소박하지만 구석구석에 감정이 배어 있어서 아주 정취가 깊다. 특색 있는 전주(前奏)는 곡중에서도 2번 나타난다.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세상을 도피할 때부터 꼬리를 무는 슬픔. 타향을 방황하며, 태어난 고향집을 원망하고 친구를 버린 자, 축복도 없이 그 길을 간다. 흐르는 눈물, 끝없는 동경, 고향을 생각하면 설레 이는 가슴, 꺼져 가는 슬픔, 반짝이는 저녁별, 희망을 잃고 사라지는 별이여 ! 산들부는 바람, 일렁이는 물결, 쏜살같은 세월, 아, 그것들은 나의 진실 된 마음을 고뇌로 짓누르고, 도망쳐 온 곳에서 미소짓는다.」

        

   

  제7곡 「작별」Abschied

 렐시타프의(Rellstab) 시 

 

 렐시타프의 시에 작곡한 마지막 곡. 즐거운 추억을 간직한 거리와 작별을 고하는 노래인데, 덩실덩실 희망에 부푼 출발이기도 하다. 리드미칼한 반주는 말발굽 소리인가, 아니면 마음의 들썩임인가. 변화있는 유절가곡. 슈베르트의 만년의 고심작(苦心作)답게 듣고 있으면 저절로 어깻바람이 난다.

   가사의 대의〔시가 길므로 요약한다〕

「안녕, 즐겁던 거리여! 말은 신나서 땅을 걷어찬다. 너는 결코 슬픈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안녕, 꽃이여, 뜰이여! 나는 냇물을 따라가며 작별의 노래를 부른다. 너는 결코 슬픈 노래를 부른 적이 없었다. 나도 너에게 슬픈 인사는 하지 않으련다.
 안녕, 상냥한 소녀여! 너는 그토록 장난기 어린 눈매였었지. 나는 뒤돌아보지만 말은 앞으로 달린다.
 안녕, 사랑하는 태양이여! 너는 쉬고 별이 반짝인다. 너희는 의좋게 넓은 하늘을 여행하며, 나의 좋은 안내자가 되어 다오.
 안녕, 빛이 새어나오는 창들이여! 너희는 슬프게 반짝이며 나를 불러들인다. 나는 몇 차례나 그 앞을 지났을까. 하지만 오늘은 마지막이다.
 안녕, 별들이여! 네 빛을 끄라. 창에서 비치는 등불은 별 대신은 아니다. 나는 이제 여기에 머무르지 못한다. 안녕!……」

        

   

  제8곡 「아틀라스」Der Atlas

 하이네(Heine)의 시 

 

 여기서부터는 하이네의 시에 의한다.「귀향」의 제 27번째 시.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데, 제우스에 대한 거인족의 반역에 감담한 벌로서, 하늘과 땅이 갈라지는데 서서 하늘을 떠받들도록 운명지워진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여기서부터 한층높은 경지에 들어가며, 시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적 사념(思念)은 새로운 예술적 영토로 뚫고 나간다.

 이 곡은 아틀라스에 견주어서 마음의 고뇌를 노래한 것이다. 아주 비극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명반주가 제랄드 무어(Gerald Moore)는 이곡을 노래하려면 웅장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 수법에도 두드러진 진보가 엿보인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나는 처참한 아틀라스, 전세계의 고뇌를 짊어져야 한다. 감당키 어려운 짐을 지고, 내 마음은 터질 것만 같다. 교만한 마음이여, 그것은 네가 소원했던 자다. 너는 끝없이 행복 하든가, 아니면 끝없이 불행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제 너는 바로 불행한 것이다.」

        

   

  제9곡 「그녀의 초상(肖像)」Ihr Bild

 하이네(Heine)의 시 

 

 하이네의 시집「귀향」의 26번째 시. 음을 극도로 절약한 완벽한 작품이다. 반주가 가성과 유니즌으로 진행되면서, 사랑을 앓은 사나이가 연인의 초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노래한다. 묘사적(描寫的)인 데는 없지만, 한 폭의 그림처럼 안에 정감을 가득담은 노래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내가 어두운 꿈속에서 그녀의 초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사랑스러운 얼굴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그녀의 입술 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슬픈 눈물을 담은 듯 눈동자는 빛난다. 나의 눈물은 볼을 따라 흘러내린다. 아, 너를 잃었다고 어찌 믿으란 말인가.」

        

   

  제10곡 「어부의 딸」Das Fischermadchen

 - 하이네(Heine)의 시 

 

 「귀향」의 제8번째 시. 8분의 6박자의 바르카롤〔뱃노래〕 스타일의 더없이 아름답고 밝은 노래다. 중간부에서 약간 변하는 단순한 3부형식.

   가사의 대의

「아름다운 어부의 딸이여, 배를 기슭에 대고 내 곁에 와 앉으렴. 손을 마주잡고 이야기하자. 내 가슴에 네 머리를 얹으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은 없다. 날마다 거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는 그대가 아닌가. 내 가슴도 바다와 같아서 폭풍우도 밀물, 썰물도 있지만, 안에는 예쁜 진주 보석이 가득하단다.」

        

   

  제11곡 「도회지」Die Stadt

 하이네(Heine)의 시 

 

「귀향」의 제19번째 시. 시각적(視覺的)인 인상과 심리적(心理的)인 깊이가 함께 깃든 노래다. 성부(聲部)도 아름답지만 피아노 반주가 아주 독창적이다.잔물결 같은 아르페지오〔分散和音〕의 반복은 더 없는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먼 지평선에 아련한 탑이 있는 거리가 저녁 어스름에 싸여 있다. 눅눅한 바람은 잿빛 수면에서 일렁대고, 뱃사람은 슬픈 가락으로 노를 젓는다. 해는 다시 한 차례 지상에 빛을 던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그 장소를 나에게 보여준다.」

        

   

  제12곡 「바닷가에서」Am Meer

 하이네(Heine)의 시 

 

「귀향」의 16번째 시. 슈베르트의 작품 가운데서 최고걸작에 드는 하나다. 바닷가에서 사랑의 추억을 노래한 것인데, 시도 슬프고 아름답지만 노래는 더욱 아름답다. 음산한 불협화음(不協和音)의 울림으로 곡이 시작되는데, 노래에 들어가면 피아노가 유니즌으로 조용히 따라간다. 이윽고 트레몰로로 나타나는 음형의 파도소리라고나 할까. 약간 변화된 2절의 유절가곡.

   가사의 대의

「수평선 멀리 석양이 마지막 빛을 뿜는다. 우린 쓸쓸한 어부 집에서 단둘이서 말없이 앉아 있었지. 안개가 일고 파도가 출렁대며, 갈매기가 날고, 너의 귀여운 누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
 눈물이 네 손등에 떨어져서 무릎에 잦아드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나는 너의 흰 손에서 그 눈물을 모두 마셔 버렸지. 그때부터 나는 말라 들어갔고, 마을은 불에 타듯 초조했었지. 불행한 여인은 눈물로 나를 불살라 버렸다.」

        

   

  제13곡 「나의 그림자」Der Doppelganger

 하이네(Heine)의 시 

 

「귀향」의 제23번째 시. 본래의 뜻은「분신(分身)」또는 「제2의 나」라는 의미다. 슈베르트가 쓴 가곡 중에서도 최고 걸작에 속하며, 설사 이 곡 이외의 다른 곡을 쓰지 않았더라도 슈베르트는 위대한 가곡작곡가로서 그 이름이 남을 것이다. 아주 소름이 끼치는 처절(悽絶)한 곡이다. 거의 레치타티보 같은 노래와 놀라울 만큼 절묘한 효과를 가진 화음(和音)뿐인 반주다. 그 을씨년스러운 느낌은 시의 세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밤은 고요히 거리를 덮고 있다. 이 집에서 연인은 살고 있었지. 그녀는 오래 전에 이 고장을 떠났지만, 집은 그대로 제 자리에 있다. 거기에 또 한사람의 인간이 말없이 서서 고통에 몸을 비틀고 있다. 그 사나이를 보고 나는 오싹했다. 달빛 은 나에게 내 자신의 모습을 비친 것이다. 나의 그림자여, 창백한 벗이여, 너는 어찌하여 밤마다 여기서, 나를 괴롭힌 사랑의 흉내를 내는가!」

        

   

  제14곡 「우편비둘기」Die Taubenpost

 - 자이들(Seidl) 시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자이들의 시에 작곡한 이 곡은 다른 13곡보다 2개월 뒤인 10월에 작곡되었다. 그리고 곧 슈베르트는 죽음의 병상(病床)에 누워 버렸으니까, 아마 이 노래가 그의 마지막 작품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노래야말로 정말「백조의 노래」가 되는 셈이다. 희유(稀有)의 걸작인데 앞의 노래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반주의 경쾌한 리듬도 아름답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나는 한 마리의 우편비둘기를 기르고 있다. 아주 유순하고 성실하다. 목표를 틀리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나는 매일 여러 차례 먼 곳의 애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비둘기는 그녀의 창가에 가서 그녀에게 소식을 전하고 다시 그녀의 회답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제 나는 쓸 편지도 없고 오직 눈물을 줄뿐이다. 아, 비둘기가 아무리 나에게 충실한들 눈물을 날라갈 수는 없는 것. 밤이나 낮이나, 자고 있으나 깨어 있으나, 비둘기는 변함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지칠 줄도 모르고 새로운 길을 날며, 모이를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비둘기를 마음에 꼭꼭 껴안고 최고의 상(賞)을 약속했다. 비둘기의 이름은 〈동경〉. 충실한 마음의 심부름꾼을 그대들은 아는가.」

 

 

 우리는 이 「백조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천재 슈베르트의 요절(夭折)을 슬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