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세는 갑자기 악화되어, 출판사에서 보내온「겨울 나그네」의 교정쇄(校正刷)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인사불성(人事不省) 빠져 19일 오후3시에 31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떴다. 약간의 돈만 있어도 그렇게는 안되었을 터인데, 운명의 신은 그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죽음을 위해 건배케 했던 것이다. 물론 그 자신은 그렇게 일찍 사신(死神)에게 불려 가리라고는 예측조차 못했다. 그것은 그의 일솜씨를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베토벤이 죽은 해부터 이듬해에 걸쳐 써낸 굵직한 작품만 들어도 연가곡집「겨울 나그네」의 후반부 12곡, 「피아노 3중주곡」2곡, 「교향곡 제9번C장조」「피아노 소나타 C단조」「현악 4중주곡 C장조」,그리고 가곡집「백조의 노래」등이 잇따랐다. 참으로 놀라운 활동력이며 경탄할 만한 밀도(密度)다. 게다가 죽던 해인 1828년 3월 26일, 그것도 참 우연히 베토벤의 일주기(一周忌) 날 밤에 그의 생애에서 최초인 작품발표 연주회가 비인 음악협회에서 열려 그의 앞에 빛나는 장래가 약속되다시피 했었는데…… 사실 슈베르트는 대작「교향곡 제9번」을 작곡한 뒤에「가곡은 이제 그만 쓰겠다. 이제부터는 교향곡과 오페라에 주력하겠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로서는 이제부터 일할 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일격(一擊)에 가고 말았다. 정말 그릴파르저(F. Grillparzer)가 쓴 묘비명의 말대로 「음악은 풍성한 보배를, 그러나 보다 바람직한 희망을 묻어」버렸던 것이다. 슈베르트가 죽은 뒤에 출판업자 하즐링거(T. Haslinger)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뜬 해의 8월에 작곡한 13곡의 가곡과, 10월에 들어 작곡하였고 아마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상상되는, 자이들(J. G. Seidl)의 시에 작곡한 「우편 비둘기」등 전14곡을 묶어서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1829년 5월의 일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연작가곡(連作歌曲)이 아니고, 슈베르트 자신도 이것들을 하나의 가곡집에 묶을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조차도 그의 예정에는 없었던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유럽 전설에 따르면 백조라는 물새는 보통 때는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조용히 헤엄만 치다가, 죽을 때 꼭 한번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고는 생애를 마친다고 한다. 이로부터 연유해서 작가의 절필이나 사세가(辭世歌)를 가리켜「백조의 노래」라고 부르고 있다. 이 가곡집에 하즐링거가「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을 단 까닭도 그 때문이며, 과연「가곡의 왕」이라고 불리는 슈베르트의 사세가답게 하나같이 명작들만 담겨져 있다. 그리하여 앞의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겨울 나그네」와 더불어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집」이라 불린다. 1828년 8월에 슈베르트는 다시 가곡에 대한 창작 의욕에 불탔다. 봄부터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악곡들에 주력하다가 8월에 비상한 속도로 13곡의 가곡을 썼다. 그 중의 7곡은 렐시타프(H.F.L, Rellstab ; 1799∼1860)의 시에 의한 것이며, 그것이 제1곡에 의해 불후(不朽)의 것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관심이 하이네에게 쏠린 것은 1828년 1월 중순에 그의 친구 쇼버의 집에서 모임이 있어, 그 자리에서 하이네의 시집「노래의 책」이 낭독되고부터 라고 한다. 하이네는 낭만파의 대시인이며 슈베르트와 동갑이다. 그의 시는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R. 시트라우스 등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작곡되고 있다. 슈베르트가 하이네의 시에 작곡한 노래는 이 가곡집에 있는 6곡이 유일한 것이다. 슈베르트가 채택한 시는 그「노래의 책」속에 수록된 100편의 시 「귀향(歸鄕)」편에서 뽑은 것이다. 이 가곡집「백조의 노래」는 평생에 600곡 이상의 가곡을 작곡한 슈베르트 가곡의 총결산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 가곡집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처음부터 낱낱의 곡이 개별적으로 작곡되어 연작으로서의 뜻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곡집으로서의 일관된 특색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그가 최후로 도달한 가곡의 양식이며, 거기에 공통되는 작품사의 특색은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그녀의 초상」, 「나의 그림자」등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음악의 시어(詩語)에 대한 깊은 경사(傾斜)와 접근이다. 이 특징은 그의 나중 작품일수록 더 현저하며,「겨울 나그네」에서 도달했던 것이 한층 심화(深化)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낭만주의 가곡의 두드러진 특징으로서 슈만, 볼프, 바그너 등에게로 이어진다. 둘째로 「봄의 동경」, 「우편 비둘기」등에서 볼 수 있는 세련되고 명쾌(明快), 간결(簡潔)한 음악적 표출(表出)이다. 이것은 슈베르트가 비록 짧지만 한평생 걸려서 추구했던 가곡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셋째로 피아노 반주가 노래 성부(聲部)와 동격(同格)의 지위로 끌어 올려져서 미묘한 음의 뉘앙스를 빚어내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이 극적(劇的)인 박력까지 밀고 올라온다. 이것은 슈베르트 가곡의 전반적인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이 마지막 작품들에서 한층 밀도 높게 승화(昇華)되어 있다. 「이별」이나「아틀라스」같은 노래는 이 높은 단계를 보여 주는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백조의 노래」는 음악사상 획기적 의의를 갖는 가곡집이며, 슈베르트가 남긴 가장 값진 유산이다.
전곡의 연주시간은 약 47분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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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시타프의 시에 곡을 붙인 제1곡. 은빛으로 반짝이며 흐르는 냇물을 향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모의 정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노래다. 반주에 나타나는 32분음표의 음형(音型)은 냇물의 조잘거림을 묘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의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싸움터에서 먼 곳의 애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소박하면서도 복잡한 가곡인데, 처음에는 레치타티보 스타일로 노래되다가 8분의 6박자로 옮아가면서 극적인 표정으로 바뀐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경쾌한 반주에 실린 순진하고 아름다운 노래다. 훈훈한 기분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적신다. 마지막 1절이 조금 변한 5절의 유절가곡이다. 가사의 대의
슈베르트의 전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노래다.「세레나데」는 「소야곡(小夜曲)이라고 번역되고 있듯이, 전에는 애인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였다. 이 곡도 연인을 그리는 노래인데, 감미로움 일색으로 왜곡(歪曲)되어 온 통속성(通俗性)을 버린다면 아주 기품이 있는 노래다. 고금의 세레나데 중의 베스트에 속한다. 반주는 기타 가락을 닮고 있다. 같은 선율의 절 다음에 딴 절이 덧붙여진 유절가곡이다. 가사의 대의
제목의 본래 뜻은「영혼의 안식처」라는 뜻이다. 파란 많은 인생과 눈물이 다할 날이 없는 영원한 아픔을 노래한 것인데, 아주 극적인 표정을 담은 비통한 곡으로서 소름이 끼칠 만큼 전율(戰慄)을 자아낸다. 슈베르트의 가장 뛰어난 가곡 중의 하나다. 3부형식의 흔적을 남긴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정을 노래한 것이다. 원시(原詩)는 각운(脚韻)이 아주 재미있다. 슈베르트도 그에 감흥(感興)이 일었음인지, 노래 자체는 소박하지만 구석구석에 감정이 배어 있어서 아주 정취가 깊다. 특색 있는 전주(前奏)는 곡중에서도 2번 나타난다.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렐시타프의 시에 작곡한 마지막 곡. 즐거운 추억을 간직한 거리와 작별을 고하는 노래인데, 덩실덩실 희망에 부푼 출발이기도 하다. 리드미칼한 반주는 말발굽 소리인가, 아니면 마음의 들썩임인가. 변화있는 유절가곡. 슈베르트의 만년의 고심작(苦心作)답게 듣고 있으면 저절로 어깻바람이 난다. 가사의 대의〔시가 길므로 요약한다〕
여기서부터는 하이네의 시에 의한다.「귀향」의 제 27번째 시.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데, 제우스에 대한 거인족의 반역에 감담한 벌로서, 하늘과 땅이 갈라지는데 서서 하늘을 떠받들도록 운명지워진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여기서부터 한층높은 경지에 들어가며, 시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적 사념(思念)은 새로운 예술적 영토로 뚫고 나간다. 이 곡은 아틀라스에 견주어서 마음의 고뇌를 노래한 것이다. 아주 비극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명반주가 제랄드 무어(Gerald Moore)는 이곡을 노래하려면 웅장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피아노 반주 수법에도 두드러진 진보가 엿보인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하이네의 시집「귀향」의 26번째 시. 음을 극도로 절약한 완벽한 작품이다. 반주가 가성과 유니즌으로 진행되면서, 사랑을 앓은 사나이가 연인의 초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노래한다. 묘사적(描寫的)인 데는 없지만, 한 폭의 그림처럼 안에 정감을 가득담은 노래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귀향」의 제8번째 시. 8분의 6박자의 바르카롤〔뱃노래〕 스타일의 더없이 아름답고 밝은 노래다. 중간부에서 약간 변하는 단순한 3부형식. 가사의 대의
「귀향」의 제19번째 시. 시각적(視覺的)인 인상과 심리적(心理的)인 깊이가 함께 깃든 노래다. 성부(聲部)도 아름답지만 피아노 반주가 아주 독창적이다.잔물결 같은 아르페지오〔分散和音〕의 반복은 더 없는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귀향」의 16번째 시. 슈베르트의 작품 가운데서 최고걸작에 드는 하나다. 바닷가에서 사랑의 추억을 노래한 것인데, 시도 슬프고 아름답지만 노래는 더욱 아름답다. 음산한 불협화음(不協和音)의 울림으로 곡이 시작되는데, 노래에 들어가면 피아노가 유니즌으로 조용히 따라간다. 이윽고 트레몰로로 나타나는 음형의 파도소리라고나 할까. 약간 변화된 2절의 유절가곡. 가사의 대의
「귀향」의 제23번째 시. 본래의 뜻은「분신(分身)」또는 「제2의 나」라는 의미다. 슈베르트가 쓴 가곡 중에서도 최고 걸작에 속하며, 설사 이 곡 이외의 다른 곡을 쓰지 않았더라도 슈베르트는 위대한 가곡작곡가로서 그 이름이 남을 것이다. 아주 소름이 끼치는 처절(悽絶)한 곡이다. 거의 레치타티보 같은 노래와 놀라울 만큼 절묘한 효과를 가진 화음(和音)뿐인 반주다. 그 을씨년스러운 느낌은 시의 세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통작가곡. 가사의 대의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자이들의 시에 작곡한 이 곡은 다른 13곡보다 2개월 뒤인 10월에 작곡되었다. 그리고 곧 슈베르트는 죽음의 병상(病床)에 누워 버렸으니까, 아마 이 노래가 그의 마지막 작품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노래야말로 정말「백조의 노래」가 되는 셈이다. 희유(稀有)의 걸작인데 앞의 노래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반주의 경쾌한 리듬도 아름답다. 통작형식. 가사의 대의
우리는 이 「백조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천재 슈베르트의 요절(夭折)을 슬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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