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가치를 인기도만 가지고 따진다는 것은 물론 큰 잘못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시련을 거치면서도 그 인기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곡이라면 확실히 그 나름의 매력과 이유가 있다는 것도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가
생상스의 이 모음곡 <동물의 사육제>이며, 그의 대표작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더 나아가서는 생상스라는
작곡자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친근해져 있는 곡이다.
그리고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갖가지 동물의 생태를 유머스러하게, 또는
풍자적으로 묘사한 누구에게나 친근감이 가는 이 곡의 성격에 있는
듯하다.
1886년 그가 오스트리아의 소도시 쿠르딤에서 사육제(Carnaval) 시즌을 보내면서 친구인 르부크(Charles Lebouc)가 주최하는 마르디 그라(사육제의 최종일) 의 음악회를 위하여 작곡하였으며, 3월 9일 작곡가 외 몇 사람의 음악가에 의해 초연 되었다. 51세의 이 작곡가는 이 무렵 바그너파의 평론가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프라하와 비인 이외에서 연주를 금지 당한다고 하는 일종의 실의의 시기에 있었다. 부제를 <동물원의 대환상곡>이라 한 이 곡은 여러 가지 동물의 음악적 이미지에 핑계하여 축제 기분을 나타내는 한편에서는 세속이나 딱딱한 비평가들도 비꼬아 주려고 하는 기분이 넘친 기발한 랩소디풍의 모음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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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곡]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 (Introduction et marche royale du Lion) <2대의 피아노와 현악합주 > 처음에는
Andante Maestoso(안단테 마에스토소 : 느리고 장엄하게), 피아노의
트레몰로로 서주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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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2와 현으로 암탉의 테마를 연주한다. 이어서 피아노1이 수탉의 소리를 흉내낸다.
[제4곡] 거북이 (Tortues) <피아노와
현악합주>
피아노가 셋잇단음표를 반복하는 사이 현이 느릿느릿한 거북이의 걸음을 나타낸다.
비교 : <캉캉
본래의빠르기>
코끼리의 기괴한 왈츠이다. 피아노가 왈츠의 리듬을 치기 시작하면 콘트라베이스가 육중한 몸을 움직여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가락은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중 <공기 요정의 왈츠> 가락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멘델스죤의 <한여름밤의 꿈>에 나타나는 스케르쪼 가락도 보인다.
꾸밈음이 붙은 리드미컬한 주제는 긴 발로 뒤뚱거리며 뛰어가는 캥거루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템포나 리듬의 변화도 이 동물의 느낌을 잘 나타내고 있다.
2대의 피아노가 아르페지오로 흔들려 움직이는 물의 상태를 묘사하면 풀루트, 하모니커, 현이 큰 어항 속에서 신나게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상당히 긴 곡이다.
[제8곡] 귀가 긴 동물(노새) (Pwrsonnages a longue
oreilles) <바이올린 2>
귀가 긴 동물이라고만 써있는데 아마도 노새인 것 같다. 이 가락은 노새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피아노의 조용한 화음으로 깊은 숲속의 정경을 묘사하고, 클라리넷이 뻐꾸기 소리를 아름답게 들려준다.
동물원의 큼직한 새장 속이다. 새가 나래치는 것을 암시하는 현의 트레몰로 위에 풀루트가 팔팔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을, 피아노는 큰 새들을 묘사하고 있다.
여러 가지 동물 중에 사람인 피아니스트를 끼워 넣은 것은 정말로 해학적이다. 무미 건조한 체르니 연습곡만 되풀이하는 무능한 피아니스트를(당시의 피아노 교사나 비평가들 포함) 풍자한 것이다. 다장조로 시작하여 내림라장조 -라장조-내림마장조-다시 다장조로 돌아와 끝맺는다. 이 곡을 연주할 때에는 초심자와 같은 서툰 솜씨를 흉내내어 치지 않으면 안 된다.
동물원 속에 음악의 화석이 존재한다는 것은 괴상한 일이다. 현의 피치카토 위에 먼저 실로폰으로 생상스 자신의 <죽음의 무도> 중에서 나온 <해골의 선율>이 나타난다. 이것이 피아노로 옮겨지면서 이 주제 사이에 프랑스의 속요 <맛좋은 담배가 있어요>, <엄마, 어떻게든 해줘요>,<달빛에게>의 단편이 클라리넷과 함께 교묘하게 노래하고 있는데,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에서 <로지나의 아리아>가 모습을 보인다.
첼로 독주곡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다. 피아노가 잔잔한 호수를 나타내는 아르페지오를 계속 연주해나가면 그 위에서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우아하고 깨끗한 백조의 모습을 첼로가 노래한다. 첼로 독주곡으로 따로 연주되는 가장 유명한 곡이다.
여기서 작곡자는 오펜 바흐의 오페라 <천국과 지옥>의 유명한 피날레 선율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동물들이 늘어선다. 그야말로 유쾌한 사육제의 바보 소동을 암시한다. 도입부(주제) 뒤에 먼저 당나귀가 질주하고, 다시 피날레의 주제가 전개되며 이어서 암탉, 수탉, 코끼리, 캥거루가 어수선하게 등장하여(악기의 사용법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일 것) 축제는 번잡하고 혼란하게 된다. 귀가 긴 동물이 끝부분에서 한 바탕 열변을 토하는 것처럼 얼굴을 내민다. 그러면 곡은 ff로 불꽃과 같은 순간의 화려함을 보이며 그친다. 이 끝 곡은 자유롭고 면밀하게 구성된 피날레이며 비꼼, 유머, 서정과 변화에 가득찬 모음곡의 마무리로서 참으로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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