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스키 -코르사코프  Rimsky-Korsakov


교향모음곡 [세헤라자드], Op.35

 

               

 

 

 

1887년(43)에서 그 이듬해에 걸치는 2년 동안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창작의욕이 불처럼 타오르던 때다. 그는 이 2년 동안에, 현재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스페인 기상곡」, 교향모음곡 「셰헤라자드」,서곡 「러시아의 부활제」등 오케스트라의 명곡을 잇따라 내놓았던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여주인공 이름을 딴 이 교향모음곡 「셰헤라자드」의 작곡은 서곡 「러시아의 부활제」와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 1888년(44) 8월 7일에 완성, 그해 안에 초연되었고. 이때는 그가 형처럼 친히 지내던 무소르그스키도 세상을 떠났고, 보로딘도 전해에 이미 죽었다.

「아라비안 나이트」란 것은 아라비아 설화문학 가운데서 가장 많이 외국어로 번역되었고,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 길이도 대단해서 보통 문고본으로 30책이나 되는 대단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중국의 장편소설 「금병매」처럼 언제 누구의 손에 의해 씌어졌는지 분명히는 모른다. 추측인대 인도에서 시작되어 페르시아, 아랍 등지로 옮아가는 긴 세월 동안에 여러 집필자에 의해 씌어졌으리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제 1권 첫 페이지를 펄치면,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관대하고 자비로운 알라의 거룩한 이름으로 !」

그리고 첫 이야기이자 이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는「샤리아르 왕과 그의 동생 샤자만의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샤리아르와 그의 동생 샤자만은 매우 사이가 좋은 형제였다. 샤리아르는 인도와 중국을 지배하는 왕, 샤자만은 사마르칸드의 왕인데 두 왕이 다 드문 명군으로서 백성들의 신망을 한 몸에 담고 있었다. 어느 날 샤자만은 형의 나라를 방문하려고 길을 떠났는데, 도중에서 형에게 드릴 보석 선물을 잊고 떠난 것을 깨닫고 급히 궁전으로 되돌아왔다. 그가 자기  침실에 들어가 보니, 놀랍게도 그가 평소에 그토록 사랑하던 왕비가 흑인 노예와 동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통이 치민 그는 즉석에서 두 연놈의 목을 베었다. 그는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형의 나라에 간다. 샤리아르 왕은 안색이 좋지 않은 동생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아우는, 그 까닭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사냥을 나간 뒤에 아우는, 형수도 역시 흑인 노예와 희롱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사실을 아우는 형에게 보고한다. 분노에 치를 떨던 형 역시 아우와 마찬가지로 왕비와 노예를 함께 베어 버린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밤마다 처녀를 불러들여서는 이튿날 아침에 반드시 목을 베곤 했다. 옛날의 명군은 가공할 만한 폭군으로 일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소행이 그 뒤 3년이나 계속되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공포에 떨었고, 특히 혼기 가까운 처녀를 가진 집에서는 딸을 다른 나라에 피난시키기까지 했다.

어느 날 샤리아르 왕은 예에 따라서 새 처녀를 데려오라고 대신에게 명령했다. 대신은 그야말로 혈안이 되어 처녀를 찾았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이 대신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언니는 셰헤라자드, 동생은 두니아자드, 둘 다 재색을 아울러 갖춘 여성이었다. 특히 셰헤라자드는 대단한 독서가였기 때문에 각국 왕의 전설이나 민족의 역사 등에 아주 정통했다. 게다가 화술이 아주 뛰어났다.
  두 자매는 얼굴이 창백한 아버지를 보더니, 곧 그 심중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스스로 왕비가 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정말 결사적인 지원인 것이다.
  셰헤라자드는 동생을 데리고 궁전에 나아가 그날 밤으로 순결을 바쳤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 자매는 궁전에 들어가기 전에 밤의 행사가 끝나는 대로 연출을 잘 해서 왕의 악행을 단념케 하는 방안을 미리 약속해 두었던 것이다. 과연 그 약속대로, 밤의 행사가 무사히 끝나자 동생 두니아자드가 방에 들어서면서,「언니를 지켜 주시는 알라 신에 맹세코 ! 언니, 이 밤을 즐겁게 지내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줘요……」
  셰헤라자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할 의당한 의무니까 기꺼이 하겠다.」
  이렇게 되자 샤리아르 왕도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왕은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차차 셰헤라자드의 교묘한 화술에 말려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계속을 듣고 싶은 나머지 이튿날 아침이 되어도 그녀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녀의 재미나는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 이야기 가운데는 조마조마한 모험담도 있고, 미스테리도 있고, 색정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어느 이야기나 다 재미있기 때문에, 어느덧 왕은 그녀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나머지 밤이 오는 것이 기다려졌다. 이렇게 그녀의 이야기는 1천 1야에 걸쳐 계속되는 것이다. 땅 위의 여자라는 여자는 모조리 미워하고 저주하던 샤리아르 왕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셰헤라자드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 속에서 천사와 같은 깨끗함과 상냥한 여자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녀의 헌신적 노력으로써 왕의 여성관은 일변하였고, 셰헤라자드를 정식 왕비로 맞음으로써 전보다 더 훌륭한 명군이 되었다.

이것이 「아라비안 나이트」의 그야말로 천분의 1에 불과한 시초의 이야기다.

이 교향모음곡의 각 악장에는 표제가 붙어 있는데, 이것은 이 곡이 초연될 때 이해를 돕기 위해서 붙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자칫 오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 해서 제2판 악보가 출판될 때는 다 삭제하고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는 문장만 남겼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나중에 이 곡에 대해서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나 자신의 공상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듣는 이의 귀를 돌리기 위해서 곡의 내용을 암시하는 표제를 달아 봤다. 만약 청중이 이 곡을 교향곡으로서 즐기는 것이라면, 4개의 악장에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한,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에 접하는 듯한 그런 인상을 가져주면 된다.」

이「4개의 악장에 공통된 주제」라는 것은 2개가 있다. 하나는 위엄이 있고, 또 거칠은 느낌이 드는 샤리아르 왕의 주제요, 다른 하나는 바이올린 독주로써 연주되는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셰헤라자드의 주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모든 이야기의 서두에는 대개의 경우 「아, 은혜로우신 임금님, 제가 들어온 바로는……」라는 왕비의 머릿말이 있고, 마지막에는 「……이때 셰헤라자드는 아침 햇살이 퍼지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었다」라는 말로 끝나 있다.

각 악장에 나타나는 바이올린 독주에 의한 셰헤라자드의 주제는 이와 같은 왕비의 머릿말과 맺음말을 나타내고 있다. 참으로 얄미우리만큼 치밀하고 교묘한 구성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근대 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라 불린 사람이다. 그의 실력은 이 곡에서 최고로 발휘하고 있다. 작곡자 자신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시대의 나의 악기 편성법은 바그너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글링카의 오케스트라의 보통 범위 안에서 매우 기교적이고 빛나는 음향을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도 그렇지만, 전곡에 넘치는 동양적 선율의 아름다움은 특기할 만하다.

 

 

 제1곡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먼저 Largo e maestoso(매우느리고 장엄하게) 마단조 2/2박자로 위협적인 샤리아르 왕의 주제(악보 1)가 힘차고 위엄있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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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Lento(아주느리게)로 되고, 바이올린 독주로 부드럽고 표정이 풍부한 셰헤라자드의 주제(악보 2)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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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부에서는 셰헤라자드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Allegro non tropo로 속도가 바뀌고, 목관으로 배가 흔들리는 듯한 동기가 나타나고(악보 3), 다음에 풀륫이 신드바드의 선율(악보 4)을 가볍게 노래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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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곡 「카란다알 왕자의 이야기」

이 카란다알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탁발승인데,「아라비안 나이트」속에는 탁발승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므로 어느 이야기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서주부는 Lento 4/4박자로 독주 바이올린이 셰헤라자드의 주제(악보 2)를 연주하고, Andantino의 주요부로 들어가 바순(파곳)이 유머러스한 느낌의 동양적 선율인 카란다알 왕자의 주제(악보 5)를 연주하고 오보에로 이어지며 각 악기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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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에서는 Allegro molto가 되어 왕의 분노를 나타내는 듯한 거칠은 선율(악보 6)이 금관(트롬본)으로 나타나 화려하게 전개되고, 다시 왕자의 주제(악보 5)가 재현되며 곡은 더욱 화려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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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곡 「젊은 왕자와 공주」

  

이것도 어느 이야기를 가리키는지 분명치 않다. 그런데 이 속에서 나타나는 주제가 매우 비슷한 점으로 미루어 쌍둥이 같은 카마르 알 자만〔초생달〕왕자와 브두르 〔보름달〕공주의 사랑을 다룬 것이 아닌가 보는 견해도 있다. 이 악장은 2개의 민요풍의 주제를 기초로 아라비아의 밤을 그린 것이다.

곡은 안단티노 콰지 알레그레토. 현악기에 의한 동양적인 부드러운 주제(악보 7)로 시작된다. 약간 관능적인 느낌이 드는 이 주제는 전곡을 통해 가장 뛰어난 선율인데 젊은 왕자를 나타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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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에 들어가면 클라리넷의 쾌활한 주제(악보 8)가 젊은 왕자에 대한 공주의 응답처럼 나타난다. 이 두 주제가 번갈아 계속되며 사랑의 무드를 조성하고, 이것이 끝나자 셰헤라자드의 주제(악보 2)가 나타남으로써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그녀의 것임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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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곡 「바그다드 축제, 바다, 청동기사가 있는 바위에서 난파」

이 가운데서「청동기사의 이야기」는「신드바드의 이야기」와 더불어 동화에까지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제9야에서 제 18야까지 계속되는「짐군과 여인들의 이야기」가운데 나타난다. 청동기사의 상이 서 있는 큰 바위가 자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근처를 향해하는 배는 죄다 끌려들어서 난파하고 만다는 괴상한 이야기다.

이 악장은 새로운 주제(악보 9)외에도 이제까지 나타났던 몇 개의 주제들을 재현시켜 전체의 클라이맥스를 형성하며 종결하고 있다.

먼저 곡은 알레그로 몰토로, 샤리아르 왕의 주제(악보 1)가 힘차게 나온 다음, 이어 셰헤라자드의 주제(악보 2)가 독주 바이올린으로 응답하고 , 다시 왕의 주제(악보 1)가 이어지고 카덴차를 거쳐 「바그다드의 축제」(악보 9)에 들어가는데 목관은 (악보 8)을 연주한다. 셰헤라자드의 주제(악보 2)가 얽혀 클라이맥스를 구축하면, 다시 (악보 9)가 론도풍으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멋진 관현악 기법을 보여준다. 생기발랄한 리듬이 약동하는 화려한 음악이다.

다음에는 「바다」의 부분인데, 여기서는 왕의 주제(악보 1)가 재현되고 점차 고조되면서 처절한 난파의 장면이 묘사된다. 이 언저리의 색채적 오케스트레이션은 정말로 멋지다. (악보 6)이 클라리넷과 트롬본으로 강조되고 이윽고 (악보 3)이 목관으로 나타나면서 흥분은 썰물처럼 가라앉는다. 그리고 셰헤라자드의 주제(악보 2)가 바이올린 독주로 조용히 연주되면 저음현이 왕의 주제(악보 1)를 연주하며 융화되어 꺼질 듯이 끝난다. 샤리아르 왕도 여기서 잔혹한 생각을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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