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소품     Op.119   (4 Klaviersucke)

 

                제1번 인터메쪼. 나단조

                제2번 인터메쪼. 마단조

                제3번 인터메쪼. 다장조

                제4번 랩소디. 내림마장조

 

4개의 개성적인 소품으로 구성된 <4개의 피아노를 위한 소품, Four Pieces for Piano>은 1893년에 오스트리아의 온천장으로 유명한 소도시 바트 이슐(Bad Ischl)에서 작곡된 곡으로 <6개의 소품, op.118>과 함께 브람스가 마지막으로 쓴 피아노 독주곡이다.

작품의 악보는 <7개의 환상곡 op.116> <3개의 간주곡, op.117>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 op.118>과 함께 1892년과 1893년에 출판되었다. 4개의 소품은 제1번부터 3번까지는 인테르메초(intermezzo)라는 타이틀이고, 제4번은 라프소디(rhapsody)이다.

사실 브람스는 표제적인 영감을 받아서 작품을 쓴 경우에도 시적인 타이틀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작곡가였다. 1854년에 쓴 <에드워드 발라드> op.10을 예로 들면 스코틀랜드의 발라드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작품이고, 실제로 이 작품을 듣다보면 “에드워드, 에드워드?”라고 외치는 詩語가 뚜렷하게 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3개의 인테르메초와 1개의 라프소디로 구성된 이 작품 역시 표제적 성격이 비교적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 작품인 동시에 실제로 이 모든 곡들이 클라라 슈만을 위해서 작곡되었다는 배경을 고려하면 역시 브람스가 의도적으로 시적인 표제를 붙이지 않은 듯싶다.

클라라는 브람스의 영원한 연인이자 누나,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1855년 가을, 슈만이 세상을 떠난 뒤에 클라라 슈만,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 브람스 등 세 사람이 연주회를 여러 도시에서 갖고 가장을 잃은 슈만 일가의 생계를 도운 일이 있었다. 브람스는 당시 부인보다 14살 연하인 22살의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브람스와 클라라 사이에 편지 교환이 시작된다. 그리고 40년에 걸친 우정의 편지가 오고간다. 호칭은 '경애하는 부인'에서 '나의 클라라에게', '부인'(Sie)에서 '당신'(Du)으로 변해가지만, '사랑하는 친구여'라고 우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애처롭게 담겨져 있다.

브람스는 새로운 작품을 쓸 때마다 반드시 클라라에게 악보를 보내서 의견을 물었다. 그러던 브람스가 이 작품을 쓰면서는 처음부터 클라라를 생각하고 시작했다. 물론 당연히 악보와 편지를 보내서 작품에 대한 설명도 하고 조언도 구했다. 따라서 이 소품들, 특히 <개성적 소품>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작품 속에 클라라를 향한 간절한 사랑이 녹아들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전곡 초연에 앞서 제1곡, 제2곡, 제4곡이 1894년 1월 22일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연주홀에서 이로나 아이쉬벤츠가 초연했다.

 

제1번 Intermezzo in B minor, Adagio, B단조, 3/8박자, 3부 형식

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분히 詩的이다. 1893년에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편지가 이 곡에 대한 좋은 단서가 된다. “저는 당신을 위한 작은 피아노 소품을 쓰고 싶은 충동에 빠져있습니다. 그걸 당신도 동의하실지 알고 싶습니다. 그 작품은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을 겁니다. 당신의 입맛에 맞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 당신의 취향에 맞도록 잘 조절할 것입니다. 이 작은 소품은 이례적일만큼 우울한 정서를 갖습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연주될 것입니다. 모든 마디와 음표는 우울한 정서를 빨아내듯이 리타르단도(ritardando)처럼 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러면 이들 불협화음이 기쁨과 활력을 드릴 겁니다. 착하신 주님, 이 작품이 당신의 욕망을 일깨울 것입니다.” 이 편지를 받은 클라라는 열광했고 나머지 새로운 악보도 보내라고 답신을 했다.

이 편지에서 브람스가 언급한 ‘우울, melancholy’과 ‘기쁨, pleasure’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의 오프닝에서 들려오는 화음을 이르는 말로 이해된다. 사실, 오프닝의 세 소절에서 들려오는 하모니는 뭔가 명쾌하지 못한 인상을 주는데 그것이 일종의 ‘우울’이라는 정서의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55마디 째부터는 하늘이 개듯이 명쾌해져서 그것이 곧 ‘기쁨’일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중간부는 D장조로 구성되었고 하행의 아르페지오와 싱코페이션으로 선율을 진행한다. 훨씬 조화된 화성을 들려준다. 리듬은 왈츠여서 기쁨은 배가된다.

 

제2번 Intermezzo in E minor, Andantino un poco agitato, E단조, 3/4박자, 3부 형식

첫머리 동기는 13마디 이후에 등장하는 셋잇단음표와 적절히 구성되고 있다. 중간부는 Andantino grazioso, 3/4박자로 렌틀러 형식을 포함하고 있다. 3부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변주곡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변형시키는 부분에서 미묘한 정서가 느껴진다.

 

제3번 Intermezzo in C major, 6/8박자

자유로운 구성으로, 처음의 중성부 선율로 전체적인 안정감을 꾀함. 기품을 느끼게 하는 악곡이다.

 

제4곡 Rhapsodie in E-flat major, 2/4박자

A-B-C-B-A 형태로 구성된 곡이다. B는 다단조로 조성이 바뀌고, C는 내림 가장조의 조성이 다. 마지막 A부분은 다장조로 시작해서 내림 마장조로 조성이 변화한 뒤에 내림 마단조로 곡을 마친다. 용장하고 단호한 기분으로 시작되는 제1주제는 60 소절에 걸친 내림 마장조인데 리듬과 프레이즈에 대한 브람스의 실험적 요소가 강한 악곡이기도 하다. grazioso(귀엽게)의 제2주제는 제93소절부터 시작된다. 마지막은 내림 마단조여서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