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Mendelssohn, Jacob Ludwig Felix 


한 여름 밤의 꿈

 

              
 

영국의 문호 세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1595)의 한여름이란 뜻은, 일년 중 가장 낮이 긴 하지 때의 성 요한제(6월 24일)의 전야를 가르키는 것으로, 서양에서는 그 밤에 여러 가지의 환상적인 괴변이 생긴다는 미신이 있다. 환상을 그린 우화같은 희극으로서 시와 유우머에 가득 찬 즐거운 희극이다.

1826년, 17세의 멘델스존은 4살 위인 누나와 함께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슐레게르 및 티크의 독일어로 번역된 것을 처음 읽었다. 그 결과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이 작곡되었다. 멘델스존은 은행가인 부호의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이상적인 교육을 받았고, 9세 때 피아노의 공개 연주회를 가졌으며, 12세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을 정도로 천재적인 소질을 가졌기 때문에 이 곡은 이미 원숙한 작품이며 17세 소년의 작품으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곡이다.

이 서곡은 처음엔 피아노 연탄(4손 연주곡)으로 작곡되고, 그는 누나와 둘이서 1826년 11월 9일에 피아노의 스승 모셸레스의 앞에서 연주했다. 후에 관현악곡으로 하여 멘델스존의 저택의 개인 연주회에서 연주했다. 그리고 처음의 공개 연주는 1827년 2월 독일 동북부의 슈테친 시에서 개최 되었다.

이 서곡은 1829년 성 요한제의 당일 런던에서 연주되고, 1840년에는 런던의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이 상연될 때 이 서곡이 개막 전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서곡 이외의 극중 음악은 1843년 프러시아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멘델스존에게 작곡을 명령하여 이루어졌고, 그 해 3월부터 4월에 걸쳐 서곡을 제외한 12곡이 만들어 졌다. 멘델스존이 작곡한 극중 음악은, (1) 서곡, (2) 스케르쪼, (3) 반주가 붙은 극경(劇景)과 작은 도깨비 행진곡, (4) 두 사람의 소프라노를 위한 노래와 여성 합창곡, (5) 반주가 붙은 극경, (6) 간주곡, (7) 반주가 붙은 극경, (8) 야상곡(녹턴), (9) 반주가 붙은 극경, (10) 결혼행진곡, (11) 반주가 붙은 극경과 장송행진곡, (12) 베르거마스크 춤곡, (13) 반주가 붙은 극경과 끝곡이다.

그 가운데 (1) 서곡, (2) 스케르쪼, (6) 간주곡, (8) 야상곡, (10) 결혼행진곡의 다섯 곡은 지금도 자주 교향악 연주의 곡목으로 오르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특히 (10) 결혼행진곡은 오늘날 많은 결혼식에서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다.(주로 퇴장식 때)

작곡의 양식은 고전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낭만적인 멋도 있으며 우아한 정취가 특징으로서 멘델스존의 걸작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 서곡과 다른 곡 사이에는 작곡 연대가 17년이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악기 편성> : 풀륫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2, 트럼펫 2, 팀파니, 현5부, 그리고 <서곡>에는 오피클레이드(지금은 튜바)가 추가되고 있으며, <결혼행진곡>에는 트럼펫이 3개가 사용되고 트롬본 3개와 오피클레이드(지금은 튜바), 심벌즈가 추가되고 있다.

         

 Op.21  

   Allegro di molto 마장조, 2/2박자. 목관악기의 긴 화음 4개가 여리게 나와 환상적인 꿈나라로 이끄는 마술의 음악같은 정서를 만들어내고, 곧이어 제1주제(악보A)는 섬세하게 흔들리는 경묘한 가락으로 요정이 노니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윽고 아젠스의 영주 시시아스 태공과 그 궁정을 나타내는 호화로운 가락이 있고, 다시 제1주제인 요정의 음악이 나온다. 제2주제(악보B)는 우아한 내려가기 가락에 의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하미아와 라이산더를 나타내다가 이윽고 익살스런 베르거마스크 춤곡(악보 C)이 나오고, 아마추어 연극의 연습을 하는 직공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춤곡의 낮은음에서는 튜바(오피클레이드)의 거친 울림이 나와, 당나귀로 둔갑한 배우 보톰이, 당나귀 우는 소리의 모방으로서 묘사된다. 그 후에 제3주제를 중심으로 다른 가락도 합쳐서 즐겁게 변화하는 전개부, 이어 재현부에 들어가서 제1주제, 제2주제, 베르거마스크 춤곡이 다시 나타나며, 코다는 화려하게 진행되고 그 마지막은 가장 여린 연주가 되어 맨처음의 몽환적인 4개의 화음으로 끝난다. 이 서곡은 고전형식을 자유롭게 변화시킨 여유있는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몽환적이고 공상적인 분위기를 매우 잘 나타낸 걸작이다.

            

A

 

B

 

C

 

        

       

1막 :

1막은 음악 없이 극이 진행된다. 결혼을 앞둔 테세우스 공작과 히폴리타에게 헤르미아의 아버지 이지우스가 나타나 딸의 마음을 돌려 드미트리우스와 결혼하게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헤르미아는 라이샌더와 사랑하는 사이로, 결국 둘은 함께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한편 마을에서는 직공들이 모여 테세우스 공작의 결혼식에서 공연할 연극을 연습한다.

 

 

 

 

 

도망치는 헤르미아와 라이샌더

도망치는 헤르미아와 라이샌더

         

 Op.61 - 1

Allegro vivace 사단조 3/8박자.  1막과 2막 사이에 삽입된 간주곡인 스케르초는 새로운 요정양식을 보여준다. 재잘대는 듯 가벼운 움직임의 목관선율(D)이 음악을 시작하고, 현 성부가 가세하면서 마치 요정들의 춤과 같은 신비로우면서도 우아한 장면을 연출한다. 서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현 성부가 요정의 날갯짓을 묘사했다면, 이 곡에서는 목관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마법의 세계를 표현한다. 스케르초 양식의 위트 넘치는 서법 역시 이러한 효과를 배가한다. ABA'의 세 부분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A'부분에서는 현 성부가 새로운 선율을 제시하면서 현과 목관이 서로 주고받다가 목관이 A부분의 선율을 다시 연주하면서 음악을 마무리한다.

        

      

                 

2막 1장 : 멜로드라마 - 언덕 넘어 계곡 넘어

2막 1장에서는 첫 번째 멜로드라마가 제시된다. 멜로드라마는 음악이 연주되는 중에 배우가 대사를 읊는 장면을 말하는 것으로, 이 장면에서는 요정이 ‘언덕 넘어 계곡 넘어’로 시작되는 짧은 시를 읊는 동안 멘델스존의 음악이 반주처럼 깔린다. 플루트가 스케르초의 선율을 짤막하게 제시하고, 계속해서 스케르초에 사용된 모티브의 단편들이 제시된다. 요정왕 오베론의 시동 퍼크와 요정여왕 티타니아의 시동요정이 만나 대화하는 이 장면이 끝나면 트라이앵글과 심벌즈가 가세한 ‘요정의 행진곡’과 함께 오베론과 티타니아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미소년 시동을 사이에 두고 논쟁을 벌이게 된다.

     

 Op.61 - 1a

               

조셉 노엘 페이튼,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논쟁〉(1849)

조셉 노엘 페이튼,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논쟁〉(1849)

            

한편 라이샌더와 도망치기로 한 헤르미아를 떠나지 못하게 말리기 위해 드미트리어스가 요정의 숲에 들어가려하자 그를 짝사랑하는 헬레나가 뒤따라와 드미트리어스를 말린다. 헬레나의 짝사랑을 안쓰럽게 본 오베론은 사랑의 묘약을 이용해 그녀의 사랑을 이루어주기로 결심한다.

 

                 

2막 2장 : 얼룩무늬 뱀

오베론과 헤어진 티타니아는 요정들에게 노래할 것을 명하고, 요정들은 응창형식의 ‘얼룩무늬 뱀’을 노래한다. 이 노래는 단음절적인 소박한 선율과 3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합창으로 옛 시대의 영국노래를 연상하게 한다. 가벼운 목관선율이 전주를 대신하고, 독창과 목관이 서로 주고받다가, 합창이 가세한다. 독창과 합창은 서로 모방하면서 선율을 주고받고, 후반부로 가면 독창선율은 멜리스마로 감각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Op.61 - 3

               

                 

 Op.61 - 4

               

                 

간주곡 - 직공들의 행진

피아니시모로 시작한 간주곡은 느리고 장중한 현 성부와 가벼운 목관 선율이 교차된 후, 목관이 중심이 되는 서정적인 부분으로 진행된다. 목관성부는 유려한 선율을 제시하지만, 현 성부는 빠른 16분음표를 반복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뒤얽힌 사건을 암시하는 듯하다. 긴장감이 고조되었다가 고요하게 마무리된 후에는, 다시 목관성부에서 소박한 민요풍의 선율을 제시함으로써 3막에 펼쳐질 마을 직공들의 이야기를 예시한다.

     

 Op.61 - 5

Allegro appassionato 가단조 6/8박자. 극의 제2막 끝에 나온다. 애인 라이산더가 보이자 않아, 처녀 하미아가 숲 속을 헤매는 장면. 그녀의 조심스러운 표정이 아름답게 묘사되어(악보 E), 그 뒤에 보톰을 비롯해서 한가로운 직공들이 아무추어 연극의 연습을 하기 위해 숲으로 몰려드는 유쾌한 행진곡(악보 F)이 나온다.

          

E  

 

F  

       

     

            

3막 :

마을 직공들이 숲에 모여 다시 연극연습을 하고, 오베론의 계략대로 퍼크는 직공 보텀에게 사랑의 묘약을 발라 티타니아가 그에게 한눈에 반하게 만든다. 한편 퍼크의 실수로 엉뚱한 이에게 사랑의 묘약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어스가 모두 헬레나에게 사랑을 호소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오베론은 이 소동을 해결하기 위해 두 쌍의 연인들을 잠에 빠져들게 한다.

        

 Op.61 - 6

               

잠에 빠져든 티타니아

잠에 빠져든 티타니아

잠에 빠져든 티타니아

                 

 Op.61 - 7

   마장조 3/4/박자. 극의 제3막의 끝부분, 라이산더와 하미아, 디미트리아스와 헬리너, 이 두 쌍의 애인이 요정의 마술에 걸려, 숲 속에서 제각기 흩어지며 잠드는 장면에서 쓰인다. 호른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가락(악보 G)이 사랑스럽게 흘러 나온다. 독주 호른이 잠든 연인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바순이 이를 더블링하면서 전원적이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단순한 진행의 호른 선율이 숲의 정경을 묘사한 뒤, 현 성부가 서정적인 새로운 선율을 제시하면서 두 연인들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다.

 

                                G

               

                 

4막 : 멜로드라마 - ‘늘 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4막은 여전히 마법에 걸려 보텀에게 반한 티타니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장면에서도 멘델스존은 음악을 반주처럼 깔면서 멜로드라마로 연출하는데, 녹턴의 단편과 함께 서곡의 제시부에서 사용한 현 성부의 모티브를 사용한다. 이윽고 금관이 팡파르를 울리면서 오베론이 등장하고, 그는 티타니아에게 걸린 마법을 풀어준다.

 Op.61 - 8

               

보텀에게 반한 티타니아

보텀에게 반한 티타니아

헨리 푸젤리, 〈깨어난 요정여왕 티타니아〉

헨리 푸젤리, <깨어난 요정여왕 티타니아>

     

5막

한편 숲에서 나와 테세우스 공작의 궁으로 돌아간 두 쌍의 연인들 역시 마법이 풀리고 공작과 함께 결혼식을 치르기로 한다. 테세우스와 히폴리타, 헬레나와 드미트리어스, 헤르미아와 라이샌더의 세 쌍이 함께 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을 웅장하게 연출하고 있다.

 

제10곡 결혼행진곡 (Wedding March)

 Op.61 - 9

Allegro vivace  다장조 4/4박자. 극 중 제5막의 처음에 두 쌍의 애인들이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려 희롱을 당한 후, 테공의 성 안에서 원만하게 결혼하는 장면에 연주되는 환희에 넘치는 행진곡이다. 트럼펫의 도입부에 이어 장려한 가락(악보 H)이 나타나 당당하게 나아가고, 중간부(트리오)의 아름다운 부분을 거쳐 다시 주부로 돌아가는 3부형식. 호탕한 코다로 끝난다. 요즈음의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연주되는 곡이다.

헤르미나와 라이샌더

헤르미아와 라이샌더

     

H

        

                 

결혼 피로연을 반주하기 위해 가장 많은 음악이 사용된 막이다. 트럼펫과 팀파니가 짧은 팡파르를 연주한 뒤, 직공들이 준비한 축하 연극이 공연된다. 그러나 이들이 준비한 공연은 결혼식에 걸맞지 않는 비극이었기에, 연극이 끝난 후에는 음울한 선율로 ‘장송행진곡’이 연주된다.

 Op.61 - 10b

               

윌리엄 블레이크, 〈오베론, 티타니아, 퍼크와 요정들의 춤〉

윌리엄 블레이크,
<오베론, 티타니아, 퍼크와 요정들의 춤>

     

     

     

그러나 곧이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베르가마스크 춤곡’이 연주된다. 이 춤곡에서는 서곡에서 테세우스를 상징했던 선율이 제시되면서 위엄과 흥겨움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이제 요정들의 개입으로 인한 혼란이 사라지고 다시 인간세계의 질서로 돌아오게 됨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Op.61 - 11

 

                 

Finale : 에필로그 - 축복을 내리자

서곡에서 사용된 목관의 네 화음이 다시 등장하고 현 성부의 요정양식이 계속 반복되는 가운데 합창이 시작된다. 단음절적인 소박한 선율이면서도 활기찬 리듬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해프닝이 해결된 뒤 요정들이 축복을 빌어주는 장면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노래의 후반부에서 서곡의 연인들의 주제가 제시되고, 마지막으로 서곡의 첫머리와 마지막을 장식했던 네 개의 화음이 고요히 울리면서 환상 속의 <한여름 밤의 꿈>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연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은 이전의 서곡에서 사용된 음악적 재료들도 포함하고 있지만, 새로운 음악들이 중심축을 이루면서 또 다른 환상의 세계를 그려낸다. 이에 독창과 합창이 더해지면서 보다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자주 연주되는 ‘스케르초’, ‘녹턴’, ‘결혼행진곡’ 등의 기악곡 뿐 아니라, ‘얼룩무늬 뱀’, ‘축복을 내리자’ 등의 성악곡들에도 셰익스피어의 시어에 대한 멘델스존의 극적 감수성이 탁월하게 드러나 있다.

 

 Op.61 - 1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