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피기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

 

   

 

Ottorino Rerspighi

- Pini di Roma -

   

  

  

                      


   레스피기하면, 우선 로마 풍물에 관한 교향시 3부작을 연상시킨다. 어느 것이나 레스피기가 로마를 진정으로 사랑한 결과로서 생겨난 작품인데 그것은 <로마의 분수(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이다.

 

첫곡인 <로마의 분수>가 그의 나이 37살 때 작곡되었고, 그로부터 8년후인 1924년에 두 번째 곡인 <로마의 소나무>가 작곡되었다.

레스피기는 1926년 1월 15일, 스스로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을 지휘하여, 이 곡을 연주하였는데 프로그램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로마의 소나무>에서 나는 기억과 환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출발점으로 자연을 적용했다. 매우 특징이 있는 로마 풍경을 지배하고 있던 몇 세기에 걸친 수목은, 로마 생활에서 중요한 사건의 증인이 되고 있다."

 

이리하여, 레스피기는 <로마의 분수>에서는 현실 세계에서의 환상을 다루었음에 대하여, 이번에는 고대 로마에 눈을 돌려, 지난 날의 로마에서 환영을 모색했던 것이다. 따라서 소나무가 나타내는 현실의 모습 그 자체는, 여기서는 분위기 외에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옛날 교회 선법을 즐겨 사용했으며, 오랜 시대에의 향수와 과거에의 환상이 효과적으로 살려져 있다.

 

레스피기는 이 곡을 이처럼 옛 양식을 적용하여 작곡하였으나, 거기에는 또 하나의 큰 이유도 있었다. 그것은 일찌기 그가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도서관의 풍부한 자료를 조사하다가, 차차 이탈리아의 옛 음악에 공감을 지니게 되었으며, 특히 그레고리오 성가에 큰 관심을 갖게 되자, 그러한 옛날 음악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는 곡을 몇 가지 작곡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로마의 소나무를 통하여 과거를 회상함에 있어서 이러한 수법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곡은 단순히 고색 창연하다는 것만은 아니다. 림스키-코르샤코프로부터 영향받은 관현악법도, 완전히 레스피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으며, 인상주의적인 기법마저 사용하면서 독특하고 감상적인 서정성을 깊이 간직했던 것이다.

 

곡은 4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으나, 이 4개의 곡을 계속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 4개의 부분에서 로마에 있는 저명한 4 종류의 소나무를 다루었던 것이다.

    <악기 편성> 풀륫 3(1개는 피콜로), 오보에 2, 일글리시호른,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파곳 2, 콘트라파곳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4, 팀파니, 트라이앵글, 작은 심벌즈 2, 탬 버린, 크레세르(목제의 회전식 악기),

                      큰북, 징, 하프, 종, 첼레스타, 피아노, 오르간, 현악합주, 꾀고리 소리의 녹음, 무대 뒤의 부치나(옛날의 나팔) 6

     

     

[제1부]  보르지아 장의 소나무  I pini di Villa Borghese

  

   레스피기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넣고 있다.

   "보르지아 장의 소나무 숲 아래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들은 둥글게 손잡고 맴돌며, 춤을 추고, 병정놀이나 행진을 하며 해질 무렵의 제비처럼 자기들의 고함 소리에 흥분하여 떼를 지어 몰려 다닌다. 그러자 갑자기 정경이 바뀌어 곡은 제2부에 들어간다."

 

   보르지아 장(이탈리아 식으로 발음하면 보르게제 장)은 로마의 거리 중앙에 있는 정원으로서, 16세기에 벨리니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곡은 Allegretto-Vivace, 2/8박자로 펼침화음과 트릴과 글리산도가 교차한 강렬한 전주로 시작된다. 이윽고 아이들의 소란 속에서 잉글리시호른, 파곳, 첼로 등으로 밝고 명랑한 주제가 들려 온다(악보 A). 이어 피콜로, 풀륫, 하프가 현악기의 트릴 위에서 가벼운 경과풍의 악구를 내고 다시 흥겨움이 더하여 온다. 그러면 오보에가( 악보 A)의 가락을 연주하고, 이 가락을 다루면서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앞서 나온 경과풍의 악구가 다시 나타난 다음 빠르기는 더욱 빨라져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새로운 리드믹한 가락(악보 B)을 연주하고 이번에는 타악기를 활용하여 이 가락을 중심으로 해서 화려한 절정에 이른다. 그리하여 이 절정에서 곡은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제2부로 들어간다.

 

 

                           A

                           B

       

    

     

[제2부]  카타콤바 부근의 소나무  I pini di presso una Catacomba

 

   레스피기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넣고 있다.

   "카타콤바 입구에 서있는 소나무 그늘의 깊숙한 안에서 슬픈 탄식의 성가 소리가 울려온다. 그리고, 그것은 장암한 찬가처럼 대기 속에 감돌며 차차 신비스럽게 사라져 간다"

 

   카타콤바는 고대, 그리스도교가 아직 공인되기 이전에 시대에 있었던 지하 무덤으로 교인들이 여기에 모여 예배를 드렸으며, 당시의 로마에는 그러한 비밀 지하 예배당이 많았다.

 

   곡은 빠르기를 늦추어, Lento의 4/4박자가 된다. 약음기를 단 낮은음의 현악기가 조용한 가락을 내면, 호른이 그레고리오 성가의 단편을 연주하고(악보 C), 목관과 낮은음 현이 교요한 가락을 되풀이 한다. 이어 그레고리오 성가는 차차 형식을 갖추어 다른 악기에 이어져 간다. 그러면, 현의 아름다운 가락이 그늘에서, 무대 뒤의 나팔이 토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으로 찬가풍의 가락을 연주한다(악보 D). 이윽고 첼레스타도 그 반주에 끼어들고 낮은음 현과 목관이 신도들의 기도 소리를 암시하듯 새로운 음형(악보 E)을 이끌어 내고, 그것에 악보 C의 성가가 파곳과 트롬본으로 얽혀든다.

   차차 기도 소리는 고조되어 그것에 악보 D의 가락도 대위법으로 들어온다. 그리하여 커다란 클라이막스를 구축하면 악보 악보 C의 성가가 호른으로 나타나면서 차차 가라앉고 이 성가의 단편을 목관이 다루면서 곡은 신비스러운 화음을 거느리고 고요하게 제3부에 들어 간다.

 

                           C

                           D

                           E

        

     

     

[제3부]  자니콜로 언덕의 소나무  I pini del Gianicolo

 

   레스피기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넣고 있다.

   "산들 바람이 스쳐 지나 간다. 자니콜로 언걷의 소나무가 밝은 보름 달빛 아래 멀리서 뚜렷이 서 있으며 소쩍새가 운다."

 

   자니콜로 언덕은 보르지아 장의 서남쪽에 있는 언덕이다.

 

   곡은 Lento로 4/4박자로 시작한다. 피아노의 카덴짜풍의 독주가 있은 뒤에 클라리넷이 풍부한 표정으로 감상적인 가락(악보 F)을 연주한다. 그것에 대한 반주의 현은 약음기를 달고 있다. 그리고 현은 차차 중후감을 띠고 진행된다. 이윽고 클라리넷의 노래가 끝나면, 이번에는 오보에가 새롭고 관능적인 가락을 선보인다(악보 G). 그것을 첼로받은 후 바이올린이 크게 연주하면, 조금 빠르기가 높아져 목관이 악보 F의 가락을 싣고 바이올린으 움직임에 끼어든다. 피아노의 카덴짜가 다시 한 번 나오면, 소쩍새의 울음 소리가 이 목관의 주제에 빛을 더한다. 하프가 목관의가락을 인상적으로 연주한다. 고요한 밤 풍경이다.

 

 

                           F

                           G

          

     

     

[제4부]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  I pini dellaVia Appia

 

   레스피기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넣고 있다.

   "아피아 가도의 안개 짙은 새벽. 신비스러운 이 풍경을 지켜보는 외떨어진 소나무. 끝없는 발자국 소리가 리듬을 타고 들려 오고, 시인은 지난날의 영광된 환상의 모습을 상기한다. 트럼펫이 울려 퍼지고 새로이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빛 아래 집정관의 군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카피토레 언덕 위로 승리에 도취하면서 올라간다."

 

   아피아 가도는 기원전 312년에 쿠라우디우수에 의해 건설된 고대 로마의 진군 도로이다.

 

   곡은 Tempo di Marcia, 4/4박자가 되어, 팀파니, 피아노, 낮은음 현이 발자국 소리를 나타내듯이 정확한 리듬을 새긴다. 이 진군 가락의 단편이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면(악보 H), 얼마 후에 잉글리시호른이 이와 대조적인 쓸쓸한 회상의 가락을 낸다(악보 I). 이 사이로 발자국 소리는 점점 다가온다. 파곳과 호른이 진군의 소박한 가락을 취하면, 무대 뒤에서 이 가락을 바탕으로 한 나팔의 팡파르(악보 J)가 울려 온다.

   용맹스러운 행진이 다가온 것이다. 이리하여 이 진군의 가락과 팡파르를 다루면서, 곡은 커다란 클라이막스를 쌓아 올린다. 바야흐로 트럼펫과 트롬본이 대활약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진군의 가락을 높이연주하여, 이 고대 로마의 영광을 찬양한 제4부는 화려하고 힘차게 끝난다.

 

                           H

                           I

                           J